임 모씨(26)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5년째 돌보는 중이다.
임씨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업을 갖기 힘들고, 결혼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에서 영케어러(가족돌봄 청년)에 대해 국가 차원으로는 처음 대규모로 착수할 전망이다.
영케어러는 중증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면서 생계까지 책임지는 13~34세 청소년이나 청년을 가리킨다.
부모·조부모 돌봄을 책임지다 보니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힘든 것은 물론 결혼이나 출산은 엄두도 못 내면서 저출생 악화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통계청은 내년 조사원 약 3만명을 투입해 전 국민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시행하는 전국 단위 인구·가구·주택 조사다.
통계청은 저출생·고령화 관련 조사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가족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영케어러 실태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통계청 고위 관계자는 "인구주택총조사에는 지금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설문조사 문항이 담겨야 한다"며 "가족돌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질문을 추가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영케어러 현황을 파악한 적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실시한 가족돌봄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케어러의 주당 가족돌봄 시간은 21.6시간, 평균 돌봄 기간은 46.1개월에 달했다.
복지부가 한 차례 실태조사를 했지만 정확히 가족돌봄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된 통계는 없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때마다 통계를 축적해 정부 정책 수립에 활용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송이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케어러의 돌봄 부담은 아동기에 시작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조기에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이후 5년 만에 시행되는 내년 조사에서는 예산과 조사 대상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조사 예산은 2020년 949억원에서 내년엔 1145억원으로 200억원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설문조사를 위해 방문하는 가구도 2020년에는 465만가구였지만 내년에는 500만가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지난 조사에서는 10개였던 외국어 조사표 지원 언어를 미얀마어·우크라이나어 등을 추가해 20개로 늘렸다.
통계청은 내년 총조사를 위한 기초조사에도 이미 착수했다.
집집마다 방문하지 않고 주민등록부나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로 수집한 인구·주택 자료 등을 검증하는 기초조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새로 추가할 조사 문항은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송주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통계청 예산 검토보고서에서 "설문 문항의 문구나 단어 등을 사려 깊게 선택해 국민이 불편감을 느끼지 않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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