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편익 위해 도입한 시스템
대출 관리 거대 목표에 힘잃어
정책조율,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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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미드저니 |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금융분야 성과 및 향후계획’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년 6개월이 된만큼 정책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엇다.
이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도입과 성공적 정착을 설명한 부분이다.
금융위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시장자율 경쟁에 따라 국민들의 이자부담을 대폭 경감했다”면서 “ 은행권의 적극적인 금리경쟁과 이용자의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2024년 10월말 기준 약 29만명이 16조원 규모의 대출을 이동, 평균 1.53%p 낮은 금리로 갈아탐으로써, 1인당 연 176만원의 이자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쉽게 클릭 몇번과 온라인 서류 제출만으로 대출이자를 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아낄 수 있다는데 국민 입장에선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홍보속에 은행들은 이 ‘갈아타기’에 낮은 금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난 현재 갈아타기의 인기는 전만 못하다.
정부가 7월부터 폭주하기 시작한 가계대출에 놀라 은행권에 ‘대출 관리를 하라’고 압박을 하면서다.
대출을 더 이상 공격적으로 내어주지 못하게 된 은행들은 다른 금융사에서 넘어오는 대출을 극단적으로 꺼리게 됐다.
갈아타기 금리는 높아졌다.
갈아타기 상품 인기는 시들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8667억원에 달하는 대출이 갈아타기를 통해 유입됐다.
그러나 10월 실적은 613억원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에 ‘혁신적 시스템’이라던 대출 갈아타기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대출 관리 압박에 비대면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은행들도 있다.
소비자 편익이 최우선이라고 했던 연초와 연말의 풍경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의 정부와 은행권이 협력해 만든 대출 갈아타기는 분명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출범 10개월만에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금융당국과 거시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대출 폭증의 원인이 되는 부동산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가 협업해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는 듯한 정책 실행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인혜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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