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엄지척’ 한국 조선업···맥킨지 보고서 보니 부러워할 만하네 [★★글로벌]

“한국 조선업과 협력 필요”
트럼프가 던진 거래의 힌트
자국 쇠퇴한 조선업 인프라
대형군함 정비 갈수록 난제
믿고맡길 ‘동맹 공급망’ 중요
트럼프 힌트서 한국이 얻을
선제적 거래 전략 만들어야

미국 대선 다음날인 6일 승리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AFP 연합뉴스>
스트롱맨 트럼프의 귀환으로 자본시장은 승자와 패자 찾기에 분주합니다.


트럼프 집권 2기에서 수혜를 볼 산업과 피해를 입을 산업을 분류하고 있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당선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타진하는 메시지로 승자와 패자 찾기에 강력한 힌트를 줬습니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워딩은 “한국의 세계적인 건조 군함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 뿐만 아니라 건조,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양국 협력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분야에서 윤 대통령과 좀 더 이야기를 하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한국 조선업에 대한 밸류 판단과 투자 결정이 완료됐을 터이지만 미국 조선업 실태를 진단한 올해 맥킨지 보고서를 토대로 좀 더 깊숙하게 미국 조선업 실태를 소개합니다.


미국 조선업 경쟁력을 진단한 맥킨지 보고서
지난 6월 글로벌 컨설팅펌인 맥킨지는 ‘새로운 항로 개척 : 미국 조선소의 미개발 잠재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담대한 제목과 달리 보고서의 요지는 크게 “아 옛날이어”와 “부러운 한·일·중”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린 미국 조선업이 상업 생산 감소로 대형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과거보다 80% 이상 소멸했고, 그 결과 한·일·중 3국의 글로벌 상선 건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조선 인프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구축 사례가 존재할만큼 노후화됐고 인력의 양과 질 모두 후퇴해 기존 조선소 공간에 새로운 활력 불어넣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조선은 전체 공급망의 특정 구간에서 작은 병목이 발생했을 때 전체 병목을 유발하게 되는 민감한 공급망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맥킨지가 강조하는 혁신의 노력들은 양질 인력의 재건, 제조 시스템과 설비의 현대화입니다.


특히 상업용이 아닌 방산용으로 접근했을 때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언급한 것과 같은 동일한 표현이 맥킨지 보고서에서 확인됩니다.


맥킨지는 건조와 유지 및 수리 산업 기반의 역량과 보안, 투명성에 대한 투자가 핵잠수함 파트너십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믿고 맡길 수 있는 건강한 공급업체(supplier health)가 오커스(AUKUS·미국·호주·영국 안보동맹) 핵잠수함 파트너십의 핵심 우선순위라는 설명입니다.


건조와 유지, 수리에 이르는 공급망에서 믿을 수 있는 한국 기업의 참여는 자국 내 상선부터 대형 군함 건조 능력을 상실한 미국에 중요한 공유 안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올해부터 일본을 상대로 발빠르게 방산 공급망 편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사일 제조와 항공기 보수·유지, 군함 보수·유지에 일본 기업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군 기지(포인트로마)에 정박된 잠수함 모습. <사진=미국 해군>
국내에서는 보도가 안 됐지만 대선 한 달여 전인 지난 10월 7일 미·일 간 방산 협력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미국 하와이에서 윌리엄 라플랜트 미국 국방부 차관(획득·유지 담당)과 일본 방위성 이시카와 타케시 조달기술군수청장이 만났습니다.


양국 간 제2차 방위산업 협력·획득·유지에 관한 협의(DICAS)가 열린 것입니다.


앞서 매일경제는 지난 7월 23일 <美·日 ‘무기공급망’ 공유 新밀월시대 열렸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6월 1차 회동보다 숙성된 내용으로 지난달 2차 회동이 이뤄졌습니다.


일본 조달기술군수청이 공개한 보도자료를 보면 양측은 미사일 공동생산 실무그룹에서 상호 호혜적 방식으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암람(AIM-120) 공동생산의 타당성 조사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공급망 복원력 실무그룹에서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한편 선박수리 실무그룹에서는 일본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정비할 수 있는 기회와 과제를 파악하기 위한 차기 실무그룹의 진행 상황을 보고 받았습니다.


지난달 열린 미일 간 방위산업 협력·획득·유지에 관한 협의(DICAS)에서 미국 해군 소속 함정이 일본 조선소에서 정비를 받을 수 있는 기회와 과제를 파악 중이라는 양국 간 협의 내용이 공개됐다.

<자료=일본 조달기술군수청>

미국은 대만이나 필리핀을 둘러싼 분쟁 중에 자국 군함이 손상될 경우 이를 미국령인 괌이나 하와이 또는 미국 서부 해안으로 끌고 와서 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수리 허브를 믿을 수 있는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맡기고 미쓰비시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기업에 외주를 맡기면 수리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작전 기동 중인 미국 항공모함 해리트루먼호 <사진=미국 해군>
무엇보다 맥킨지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미국의 조선업 인프라는 상업과 방산 모두에서 크게 낙후된 상태입니다.


더구나 세계 최강 조선업 보유국이 한·일·중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한국 조선산업과 손을 잡는 건 미국에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입니다.


이미 외신들은 올해 초부터 미국 국방부가 일본과 한국, 인도를 상대로 군함 수리를 맡기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갔음을 보도해왔습니다.


IT 산업의 비약적 발전 뒤로 중후장대 산업에서 쇠퇴하는 미국의 산업 인프라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및 안보 대응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집권 2기에서 미중 간 더욱 격렬하게 전개될 충돌 양상을 고려할 때 경제와 안보의 영역을 구분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과 처음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이라는 단어를 들은 대통령실은 미국의 취약한 산업 인프라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기회와 교환 조건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계산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 한미 간 새로운 협력은 우리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력을 상쇄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와 통화로 엉겁결에 얻는 ‘작은 힌트’를 출발점으로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이전에 조선업은 물론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핵심 분야에서 한국이 취할 모든 거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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