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것만이라도 자유롭게"…식품 점자 표기 확대 필요

【 앵커멘트 】
오늘(4일)은 98회째를 맞는 '한글 점자의 날'입니다.
그러나 오래된 역사에 비해 점자 표기의 현실은 아직 어둡기만 합니다.
특히 식품 점자 표기가 미흡한 상황인데요.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구민정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 기자 】
빨간 케첩과 노란 마요네즈.

비장애인들은 색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그러나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전주연 씨에게 두 제품을 구별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 인터뷰 : 전주연 / 시각장애인 소비자
- "케첩하고 마요네즈하고 만져보면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 샐러드를 만들 때 마요네즈를 넣어야 하는데 케첩을 넣어서 아이들이 안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한 식품회사는 최근 튜브형 제품에 점자 표기를 시작했습니다.

▶ 스탠딩 : 구민정 / 기자
- "최근 리뉴얼된 오뚜기의 소스 제품입니다. 이렇게 점자 스티커를 부착해 국내 소스류 최초로 점자 표기를 적용했습니다."

오뚜기는 2021년 컵라면 용기에 점자를 표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총 131개 품목에 점자 표기를 적용 중입니다.

이밖에 삼양식품은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대표 라면 제품에, 동서는 '맥심' 커피 4종에 점자를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각장애인 배려에 적극적인 식품 기업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점자 표기를 등한시하고 있고, 하더라도 정보량이 부족합니다.

▶ 인터뷰 : 지석봉 / 시각장애인 소비자
- "캔 음료 같은 경우 오로지 '음료'라고만 (점자) 표기가 되어있어 사이다인지 콜라인지 이온 음료인지 전혀 알 수가 없고요…"

점자 표기가 너무 흐리거나 규격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설명서 애플리케이션인 '서울시 소비재 정보마당'을 운영 중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제품의 바코드나 큐알코드를 인식하면, 제품 특징부터 조리법까지 사용 설명서를 녹음된 음성으로 제공하는 겁니다.

그러나 정작 기입된 정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이 앱에 자발적으로 100개가량의 정보를 제공한 식품 기업 역시 오뚜기뿐입니다.

이에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은 의약품과 달리 식품 점자 표기는 의무가 아닌 점을 지적하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이병돈 /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대표
- "기업이 참여하고 싶어도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기업에만 기대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시각장애인의 알권리를 보장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만들어진지 98년째 되는 오늘, 기업과 정부가 시각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다시금 곱씹어봐야할 때입니다.

매일경제TV 구민정입니다. [ koo.minj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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