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코스피 ◆
올해 들어 해외 주식 보관액이 37조원 늘어나는 동안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국내 코스피에서 10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연기금 역시 불어나는 운용자산에서 해외 비중까지 확대하면서 작년에 비해 해외 주식 투자금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들은 국내 증시에서도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늘리면서 개별 종목에 대해 순매도에 나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관·기타법인·개인은 국내 주식에서 총 10조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해외 주식 순매수라고 할 수 있는 보관금액은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1040억달러로 작년 768억달러보다 272억달러(37조원)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29조원이 늘었는데 올해는 10월까지 작년 한 해 동안 증가폭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은 보관금액이 680억달러에서 944억달러로 늘어난 미국 주식에서 나왔다.
ETF를 포함한 금액으로는 기관이 21조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1조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ETF를 제외하면 개인들도 코스피에서는 4조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들이 개별 기업 종목에 대해 순매도한 것과 달리 ETF에서는 15조원을 사들였기 때문에 코스피에서 순매수가 나온 것이다.
올해 개인들이 ETF를 매입한 동향을 보면 국내 주식형에 비해 해외 주식형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코스피에 상장된 ETF 매수는 해외 주식을 산 것으로 봐야 한다.
개인들은 운용자산에서 국내 주식형 1위를 차지하는 '
KODEX 200'을 올해 7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ETF인 '
TIGER 미국S&P500'은 1조3200억원을 사들였다.
개인들은 금융투자소득세 논란과 미국 빅테크 부상에 따라 점차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올 들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들이 급등하는 동안 국내 대장주들의 주가 상승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실망감에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이다.
특히 3분기 들어 코스피가 7월 11일에서 8월 5일까지 한 달도 안 돼 18%나 하락한 후 박스권에 머물자 국내 증시 실망감이 더 커지고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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