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물들이 과거와 같은 저물가·저금리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호무역 등 미국 정부의 주요 정책과 높아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물가는 예전보다 높게 유지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연내) 적어도 0.25%포인트 인하를 생각하는 게 공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봐왔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내재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핑크 CEO는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경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핑크 CEO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훨씬 더 유발할 수 있는 정부와 정책을 가지고 있다"며 이민 제한 정책과 미국 내 생산시설 설립을 장려하는 온쇼어링 정책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 역시 이날 이 행사에 참가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거치고 정책 행동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얻기 전까지는 통화정책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준의 연말 두 차례 인하 계획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솔로몬 CEO는 미 국채 금리 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자 부담이 지속되면 결국 미 국채는 새로운 수요자를 찾기 위해 장기 금리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다소 우세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열흘 이상 꾸준히 상승했다.
트럼프의 이민자 억제와 관세 인상 공약 등은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CEO는 이 행사에서 "(금리 억제를 통한) 금융 억제, 제로금리, 제로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픽 CEO는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고, 세계는 도전받을 것"이라며 "'역사의 종언'은 끝났고, 지정학적 긴장이 되돌아오고 향후 수십 년간 도전과제 중 일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픽 CEO는 "우리는 팬데믹 이후 부양책과 제로금리 정책을 맞았고,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사업 계획 없이 상장할 수 있었으며, 지난 18개월간 (금리 인상이라는) 거친 시기를 지나긴 했지만 거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초저금리의 종언뿐만 아니라 초저금리 덕에 사업을 쉽게 확장했던 기업들이 구조조정 등 어려움에 빠질 수 있음을 뜻한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전날 열린 전미은행가협회 연차총회에서 인플레이션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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