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인도 업체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첨단 기술 제품 수출 제한을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제약 회사 '슈레야 라이프 사이언스'가 미국 델 테크놀로지스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서버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정보 업체 임포트지니어스와 NBD 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슈레야는 올해 4~8월 러시아에 델 파워에지 XE9680 서버 1111대를 판매해 약 3억달러(약 4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98대는 엔비디아 H100 칩이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델 파워에지 XE9680 서버와 엔비디아 H100 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에서 대러시아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품목이다.
다만 인도는 이 같은 서방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아 합법적인 대러 수출이 가능하다.
러시아가 국영은행을 앞세워 제약사인 슈레야를 기술 제품 수출 업체로 변모시킨 뒤 제재 우회 통로로 삼은 정황도 포착됐다.
슈레야는 2011~2013년 사이 러시아 방위 산업 지원 특수 국영은행인 프롬스비야지방크에서 8600만달러(약 1190억원)를 차입한 바 있다.
이후 슈레야는 은행 대출 2300만달러(약 320억원)를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슈레야는 기술 제품 수출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슈레야의 첫 비의료 부문 수출 기록은 2022년 9월이다.
당시 슈레야는 추후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무역회사 랜프린트에 컴퓨터 하드웨어를 수출했다.
슈레야는 특히 올해 4월 이후 러시아 무역 회사인 메인체인과 I.S를 대상으로 델 테크놀로지스의 서버 판매를 크게 늘렸다.
이에 미국과 EU 당국자는 최근 인도를 방문해 러시아에 대한 첨단 기술 제품 수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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