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파병에 요동치는 亞·유럽

독일 영국 오늘 방위협정 체결
전쟁 장기화에 징집비상 푸틴
체첸·북한군 매입해 총알받이로

우크라도 청년징집 한계 봉착
급기야 콘서트장 급습해 색출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사진 = 우크라군 전략소·정보보안센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자국 청년들을 상대로 병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국민을 상대로 한 동원령에서 한계에 봉착한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군 대규모 파병 소식도 이 같은 역내 상황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이르면 23일(현지시간) 전장의 최전선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군이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위협에 대응해 사상 첫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과 아시아 지정학을 흔들고 있다.


22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 의지가 끊어지지 않으면서 영국과 독일이 안보 협력을 맺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왼쪽)과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오른쪽) [EPA = 연합뉴스]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23일 런던에서 ‘트리니티 하우스 조약’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 간 방위조약 체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1·2차 세계대전의 적이었던 영국과 독일을 뭉치게 한 셈이다.


같은 날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 총국 국장은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일 쿠르스크 방면에 (북한군) 첫 부대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과 맞닿아 있는 쿠르스크주는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진격해 온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수백㎢ 이상이 점령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연설에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서 몇 가지 보고를 받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로 했다는 국가정보원 분석과 비슷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과 관련해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인 총알받이를 모집하기가 어려울수록 북한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드워드 대사는 “최근 사태(파병)로 인해 북한 지도부가 러시아로부터 큰 대가를 요구할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군 영입은 전쟁 장기화로 인력난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병력에 드는 인건비가 러시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이에게 일시금으로 170만루블(약 2400만원)을 쥐여준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각각 200만루블, 120만루블이다.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소 60만명 이상이 사상했다.


러시아는 개발도상국 출신에게 눈을 돌렸다.

러시아군에게 입대했다가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혔던 스리랑카 출신 남성은 도이치벨레에 “(러시아군으로부터) 일시금으로 2000달러(약 276만원)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시금 규모가 자국민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초 네팔에서 모집한 외국인 병사가 약 1만 5000명이다.


또 다른 방법은 러시아 시민권을 미끼로 영입한 다음 전선이나 군수공장에 보내는 식이다.

우간다,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약 200명의 여성이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인 타타르스탄에서 공격 무인비행기(드론)를 조립하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산업재해를 입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포천은 “러시아 경제 붕괴를 앞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에 기대고 있다”면서 “북한군 파병 소식은 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콘서트 보러 왔다가 모병관들에게 끌려가는 우크라이나 남성 [사진 = 연합뉴스]
병력 부족 문제는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의 한 인기 록밴드 콘서트장 앞에서 모병관들이 남성 관객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밖에 유명 쇼핑센터나 식당 앞에서도 이 같은 강제 징집이 이뤄지고 있다.

전쟁 발발 초기와 달리 자원 입대자가 감소했고, 병역 회피 시도는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징집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죄수도 징집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2022년 개전 이후 이민 여파로 전체 인구의 5분의 1가량인 800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징집 공포가 커지면서 국외로 탈출하는 남성들도 나오고 있다.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텔레그래프에 “죽거나 장애인이 돼서야 퇴역할 수 있는 편도 티켓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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