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세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이 석유시설이 아닌 군사·정보시설로 한정될 수 있다는 관측에 국제유가 상승폭이 제한적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9%, 8% 이상 오르며 1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 등을 겨냥한 보복에 나서면 석유 공급 차질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치솟은 유가를 잠재운 건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석유시설을 겨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었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석유 생산시설이 아닌 군사시설과 정보시설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소식이 이스라엘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이날 WTI는 11월 인도분 가격이 전일 대비 4.6% 폭락한 배럴당 73.57달러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5거래일간 13% 넘게 급등한 흐름에서 벗어나 하루 만에 곤두박질쳤다.
브렌트유 선물도 전일 대비 3.75% 떨어진 배럴당 77.1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급등한 유가는 국내 원유 ETF 가격에 반영돼 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ETF 상품 중
KODEX WTI원유선물(H)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지난달 30일보다 각각 10.98%, 10.59% 올랐다.
향후 이스라엘의 선택에 따라 유가가 요동칠 수 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다행히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설비 공격을 만류하고 있음을 시사하자 유가 상승폭은 제한됐지만 향후 전쟁의 양상에 따라 추가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석유시설 직접 타격이다.
이란 석유시설이 초토화되면 하루 최대 150만배럴이 넘는 원유 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
이 경우 이란이 일일 원유 물동량이 2100만배럴에 달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그러나 윤 연구원은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량 중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스라엘이 전면 공격을 실현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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