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다시 오나…'저승사자' 등장에 업황 전망 급랭

인공지능(AI) 열풍과 메모리 업계의 감산에 힘입어 되살아난 반도체 업황에 다시 어두운 전망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특히 3년 전 '반도체 겨울'을 예측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대폭 내리면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는 모양새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한국 추석 연휴인 지난 15일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Winter Always Laughs Last)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습니다.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조정했습니다.

스마트폰 및 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이 여파로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14% 내린 15만2천800원에 마감했습니다.

장 중 한때 11%가량 급락해 14만4천700원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에도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AI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시클리컬)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에도 '반도체,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 제목의 보고서로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맞물려 작년 하반기부터 반등한 범용 D램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자 반도체 업황 전망은 다시 어두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저승사자'로 통하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는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 진입에 대한 우려를 가파르게 키웠습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습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잡았던 유진투자증권(11만원→9만1천원), 한국투자증권(12만원→9만6천원), 메리츠증권(10만8천원→9만5천원), KB증권(13만원→9만5천원)이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내렸습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한국투자증권(29만원→25만원), 메리츠증권(26만원→23만원), DB금융투자(30만원→26만원) 등이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올 것'이라는 시각을 경계하면서도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진 근거로는 엔비디아의 성장 정체 우려와 맞물려 불거진 이른바 'AI 거품론'이 꼽힙니다.

그러나 빅테크들의 확고한 AI 투자 의지를 고려하면 이를 반도체 다운사이클 진입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대체재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며 "모건스탠리는 2025∼2026년을 예측했는데 그사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짧아져서 그때 다운턴이 올 수 있어도 지금 혹한기를 준비하라는 시각은 다소 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IT 수요는 급격히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져 당분간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작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수요의 경우 PC와 모바일의 더딘 회복세가 이어지며 4분기와 내년에 대한 우려가 형성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일반 서버향 수요 동향은 견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생산 업체들의 PC 및 모바일향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어서 4분기 급격한 가격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코로나19 이후 약 3년간 부진한 PC 및 모바일 수요도 기저 부담이 낮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 이명진 기자 / pridehot@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