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저조한 실적과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빠지면서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던 퇴직연금 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퇴직연금 영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페퍼저축은행은 나이스신용평가에 신용등급 취소를 요청하고 퇴직금 시장에서 철수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기존 BBB-(부정적)등급이었는데 건전성 악화로 투기등급인 BB등급 수준으로 하락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32곳의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금(90조1600억원)의 34% 수준이다.

저축은행업권에선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란 판단이 많다.

저축은행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용등급이 낮은 저축은행들은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 푼이라도 높은 이자를 지급해 고객 자금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 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 저축은행은 지난 13일부터 500만원 한도 파킹통장 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또 19일부턴 정기예금 금리도 0.2%포인트 인상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과 가까운 한 저축은행은 최근 적금 상품을 내놓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해당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4분기에 유동성이 모자라기 때문에 퇴직연금 비중을 줄이면서 다른 쪽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요즘엔 매일 저축하는 적금 상품을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초부터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취급액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예금 잔액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저축은행의 유동성 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저축은행 79곳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68%로 지난 6월 초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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