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인이노베이션·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
자본시장법 개정 후 여성 임원 늘었지만
사내이사 적고 사외이사 많아 ‘생색내기?’
국내 5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2020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결과다.
하지만 여성 고용 비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남성과 여성 간 연봉 격차와 근속연수에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층부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민인이노베이션(WIN)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주요 기업 다양성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다양성지수 평가는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53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남녀 고용 비율, 근속연수 차이, 연봉 차이, 남녀 임원 비중, 등기 임원 내 남녀 비중, 고위 임원 남녀 비중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매긴 지수다.
올해 기업 양성평등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4.7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1.7점)에 비해 3점 높아졌다.
다양성지수 업종별 우수 기업으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신한지주,
영원무역,
유진기업,
크래프톤, 풍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미약품,
한세실업, 현대케피코 등 10개사가 선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 금융, 생활, ICT 서비스 순으로 다양성 점수가 높았고 건설, 공기업, 기계 등은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여러 항목 중 이전보다 가장 많이 점수가 오른 건 ‘여성 임원 비중’이다.
5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중은 2019년 3.9%에서 올해 2024년 7.3%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자본시장법 통과 이전 3%대 머물던 여성 임원 비중이 법 개정 이후 2021년(5.5%)과 2022년(6.3%), 2023년(7%)에 이어 올해까지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등기 임원 중 여성 증가율은 더욱 가파르다.
2019년 2.9%였던 여성 등기 임원이 올해는 11.3%를 기록하며 3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한 등기 임원 대부분은 사외이사다.
2020년 5.5%였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올해 16.4%로 10.9%포인트 올랐다.
반면 여성 사내이사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는 않았다.
2020년(2%)과 올해(3.8%) 차이는 1.8%포인트에 불과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대기업이 생색내기식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시행된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가장 개선이 더딘 항목은 ‘기업 내 여성 직원 비중’이다.
조사 대상 대기업 여성 직원 수는 2019년 34만651명으로 전체 직원(130만571명)의 26.2%였다.
하지만 팬데믹을 지나며 2022년 25.5%로 오히려 축소됐다.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과 생활용품 업종에서 인력을 줄인 탓이 컸다.
올해 여성 직원 비중은 26.2%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남녀 근속연수 차이와 연봉 격차는 다소 개선됐다.
남성 평균 근속 연수는 2018년 11.3년에서 지난해 11.6년으로 늘어난 가운데, 여성은 같은 기간 8.1년에서 8.7년으로 6개월 늘어나며 격차를 좁혔다.
자연히 평균 연봉 격차도 줄었다.
남성 평균 연봉이 8360만원에서 1억160만원으로 오르는 사이 여성은 5290만원에서 6980만원으로 27.1% 올랐다.
다만, 여전히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 대비 75%에 머무르고, 여성 평균 연봉도 남성의 68.7% 수준이다.
서지희 위민인이노베이션(WIN)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여성 임원 증가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 임원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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