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작년 주류 출고액
MZ세대 중심 술소비 다변화
엔데믹 이후 늘어 10조700억
칵테일·하이볼 재료로 쓰는
증류주·리큐어 15%, 80% ↑
위스키 소비는 무려 60% 뚝
소주·맥주 시장은 정체 뚜렷
|
[사진=연합뉴스] |
추석에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가는 직장인 윤성근씨(30)는 와인 한병을 끼고 간다.
윤씨는 “명절에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나기 때문에 서로 맛있는 술을 소개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좋아하는 술을 차례상에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호정씨(31)는 추석 연휴 서울 시내 작은 식당을 빌려 친구들과 파티를 열기로 했다.
신씨는 “한 때 유행했던 스카치 위스키 말고 다른 이색적인 술을 찾아가 가져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 20·30대 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며 지난해 국내 주류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13일 매일경제가 국세청 주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술 시장 규모를 가늠하는 주류업체 출고금액은 지난해 10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주류 시장은 2000년대 7~8조원 규모를 유지하다 2015년 9조4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대면 활동이 제약됐던 코로나19 팬데믹 국면(2019~2021년)에 정체 상태를 보였다.
이후 엔데믹으로 2022년 다시 소비가 폭발하며 13.3% 급증한 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제조면허를 보유한 사업체도 316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류 소비 다각화 흐름에 따라 1년새 275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팬데믹 이후 회식 문화 부활에 급증했던 소주·맥주가 주춤하고, 위스키 열풍이 잦아든 반면 MZ세대(1981년~2010년 출생자)를 중심으로 국산 브랜디, 리큐르, 와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다변화하며 전체 시장 규모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맥주 시장은 지난해 4조18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희석식 소주(3조9938억원)는 0.2% 성장하는데 그쳤다.
2022년 대면 활동 재개에 맥주가 14.4%, 소주가 12.4% 급성장했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지난해까지 강하게 불었던 위스키 열풍도 잦아들었다.
팬데믹 국면 줄곧 성장했던 위스키(-59.4%), 증류식 소주(-5.8%), 전통주(-9.5%) 규모가 줄었다.
반면 MZ세대(1981년~2010년 출생자)를 중심으로 브랜디, 리큐르, 와인으로 소비 흐름이 다변화하며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칵테일과 하이볼 재료로 쓰이는 일반 증류주와 리큐르 시장은 각각 14.8%, 80.8% 급성장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내 주류 시장이 양으로 소비하는 시대에서 질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볼은 주류 시장의 ‘뉴 노멀’로 굳어지는 추세다.
위스키를 탄산수에 희석해 즐기는 새로운 방법의 하나로 시작했던 하이볼은 재료가 다채로워지며 편의점 즉석음료(RTD) 제품으로까지 유행이 확산됐다.
편의점 CU는 올해 1~8월 하이볼 매출이 전년 대비 392% 폭증했다.
하이볼을 포함한 ‘기타 주류’는 지난해 전체 주류에서 매출 3.7%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2.5%까지 치솟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젊은층과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술을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수단 보다는 고유의 맛을 즐기자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국내 주류 소비가 분화하는 가운데 수입 주류는 주춤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맥주 수입액은 1억1956만달러(1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위스키는 1억4317만달러(1900억원)로 10.2%, 와인 수입액은 2억6329만달러(3500억원)로 16% 줄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