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로 내세우는 대출규제가 사분오열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돈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분양주택의 1주택 전세 세입자에 대해 대출을 허용했던 신한은행은 돌연 실수요 조건을 추가하며 제동을 걸었다.
당장 11월께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에 전세로 들어가려는 1주택자들이 전세자금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 1주택자 중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만 아니라면 전세자금대출을 내주던 방침도 변경했다.
12일 신한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실수요자 인정 요건'을 발표했다.
연말 입주가 예정된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들어가려 했던 1주택자는 신한은행에서도 이사·이직·이혼·결혼 등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전세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각 은행들이 속속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 이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뿐이다.
그마저도 농협은행은 분양대금 완납 조건을 걸어 잔금대출과 연계돼 있는 상황이다.
잔금대출도 문제다.
둔촌주공 재건축처럼 단지 규모가 크면 여러 은행이 조합과 나눠서 잔금대출 관련 계약을 맺는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월 말 입주할 때까지 현재 대출규제 상황이 유지될 경우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만 아니라면 잔금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신한은행은 기존에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보유자가 아니라면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1주택자 전세대출 가능 조건에 '실수요자 인정 요건'까지 충족한 이들에게만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실수요자 자격으로는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이슈, 학교폭력, 이혼 등이 열거됐다.
은행들이 금융당국 압박에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1주택자들은 '갈아타기용 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졌다.
또 은행마다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방침과 요건 등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소비자 혼란도 극심한 상태다.
결국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에 강하게 주문한 상태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실수요자 보호'를 이야기해 메시지가 꼬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주담대를 취급하는 총 17개 은행의 정책이 모두 다른 만큼 주담대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곳은 자체적으로 강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데, 금감원장의 애매한 메시지로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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