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로 내세우는 대출규제가 사분오열되면서 소비자 혼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1주택자 중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만 아니라면 전세자금대출을 내주던 신한은행이 여기에 '실수요'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12일 신한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실수요자 인정 요건'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보유자가 아니라면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앞으로 기존 1주택자 전세대출 가능 요건에 '실수요자 인정 요건'까지 충족한 이들에게만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실수요자 요건으로는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이슈, 질병 치료, 부모 봉양, 학교폭력, 이혼 등이 열거됐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각종 대출 관련 문턱을 높이면서 1주택자들은 '갈아타기용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또 은행마다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방침이나 요건 등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소비자 혼란도 극심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1주택자의 경우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주담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시행일인 10일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에겐 대출을 내어주겠다고 번복했다.
또 각종 예외조항을 지나치게 세분화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실수요자 인정 요건'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을 예로 들었는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해 이사를 해야 하는 가족의 경우 신한은행에 전학 징계처분서를 내야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반대로 학교폭력 가해자의 경우에도 관련 서류를 내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 '학폭'을 대출의 예외 조건으로 인정하는 공식 문서를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 측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실수요자에 대해 심사전담팀이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에 강하게 주문한 상태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실수요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메시지가 꼬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주담대를 취급하는 총 17개 은행의 정책이 모두 다른 만큼 주담대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은행의 경우 강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데, 금감원장의 애매한 메시지로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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