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더십 약해지고
엔
캐리 자금 동요 확산
中, 美국채 매각 가속화
시장 변동성 더 커질 듯
미국이 추석 연휴인 다음 주 기준금리를 내리면 2022년 3월부터 2년6개월간 진행됐던 ‘글로벌 긴축시대’가 마무리된다.
돈줄을 꽉 죄었다 푸는 시대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엔 벌써 풀린 돈들이 돌아다닌다.
미국 총통화(M2)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2023년부터 2024년3월까지 계속 마이너스였다가 2024년 4월부터 플러스로 반전했다.
9월에 금리를 낮추면 풀리는 돈의 양은 더 많아진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갈 태세다.
돈이 모자라던 시대에서 남는 시대로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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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8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금리 인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미래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침체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미국이 둘 중 어떤 상태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징조는 좋지 않다.
생산 소비 고용 지표 중 미국이 경기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고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월간 비농업고용자수 증가폭을 가장 많이 참고한다.
지난 7월 이 지표가 8만9000명까지 떨어졌다.
8월에는 14만2000명으로 반등했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못 미친다.
월 10만 명 정도가 침체를 가늠 짓는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아슬아슬한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경제 리더십의 쇠퇴를 의미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는 세계가 미국만 쳐다봤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값은 오르고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각국 경제는 큰 상처를 입는다.
미국은 주기적으로 금리를 올려 달러 흐름을 통제하면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 했다.
반면 금리를 내릴 때는 미국이 그리 무섭지 않다.
달러 값은 떨어지고 돈이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올 들어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되자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신
흥국들도 금리를 내렸다.
더 이상 미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각국의 ‘각자도생’식 통화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
미국의 빈자리는 일본과 중국이 차지한다.
일본은 지난 30년 이상 금리가 ‘0’인 국가였다.
돈이 필요할 때 이자 없이 돈을 얼마든지 빌릴 수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이 돈을 달러로 바꿔 금리 높은 나라에 투자했다.
소위 ‘와타나베 부인’들이 굴렸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다.
겉은 달러지만 속은 엔화인 이 돈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예측이 어렵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금리를 올릴 태세다.
이는 엔화 값 상승을 불러오고 엔
캐리 자금의 일본으로의 환류를 자극한다.
달러의 탈을 쓴 엔화의 움직임에 각국 금융시장은 요동칠 전망이다.
미국과 ‘경제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미국 국채를 대거 팔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2021년 2월 1조1042억 달러에서 2024년6월에는 7802억 달러로 3년 새 3200억 달러 이상 줄었다.
한동안 중국은 미국에 물건을 팔고 확보한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 자본을 공급해주는 보완적인 관계를 맺어왔지만 2021년 이후 이 관계는 깨졌다.
미중 관계가 갈수록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미국 국채 값은 올라 중국이 채권을 팔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모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그동안 쌓였던 문제를 노출시키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이후 닷컴버블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는 모두 미국이 금리를 내릴 때 발생했다.
해외 영향을 크게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각심을 한층 더 높여야 할 시점이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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