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조 움직인다” 난리난 여의도 증권가…경품까지 내걸었다는데

내달 15일부터 상품 이전 가능
해지 안하고 잔고 유지한 채
다른 금융사로 바꿀 수 있어

은행보다 수익률 높은 증권사
경품 이벤트 등 고객유치 나서

[사진 = 픽사베이]
오는 10월 가입한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19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옮겨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타 업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기존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15일부터 퇴직연금 수익성 제고를 위한 현물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현재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보유하고 있는 투자 상품을 모두 매도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 현금화해야만 했다.


중간에 상품을 매도하면서 수수료 등의 비용부담도 생기고, 계좌를 옮긴 후에는 일일이 다시 상품을 매수해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하다 보니 그동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낮아도 처음에 개설한 계좌를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내가 가입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퇴직연금 계좌로 가입한 상품과 잔고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금융사만 바꿀 수 있게 된다.


단, 이전은 동일한 연금제도 계좌끼리만 가능하다.

즉, 확정기여(DC)형은 같은 DC형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IRP로만 옮길 수 있다.

회사가 자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은 제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03조7184억원, IRP는 88조176억원이다.

둘을 합친 총 191조7360억원에 달하는 시장에서 다른 회사의 적립금을 가져오기 위한 금융사간 각축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특히 증권사들이 제도 시행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측한다.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정도의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수익률에 민감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부문에서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과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연간 수익률은 7.11%로 은행(4.87%)과 보험(4.5%)을 훌쩍 뛰어넘는다.

안정적인 투자가 강점인 은행과 보험사의 특성상 원리금 보장상품에 가입한 적립금 비중이 증권사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말 은행 원리금 보장상품에 가입한 퇴직연금 적립금 수익률이 연 3%대에 불과할때 주요 증권사의 원리금 비보장상품 적립금은 최고 15%에 달했다.


특히 최근 퇴직연금 계좌로도 ETF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도 증권사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 계좌로도 ETF 매입은 가능하지만, 실시간으로 매매하는 것은 증권사 계좌로만 가능하다.

은행을 통한 ETF 거래는 신탁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신탁수수료까지 물어야 한다.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인 은행·보험과 달리 증권사는 공격적인 투자상품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투자자들에게는 장점으로 인식된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는 “DC형 퇴직연금과 IRP는 가입자가 어떤 상품을 고르고 어떻게 운용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며 “퇴직연금 운용에 보다 도움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갖춘 금융회사로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동기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각종 경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물전 상담을 끝냈거나 실제 100만원 이상 적립금을 이전한 고객에게 연말까지 신세계모바일 상품권 3만원권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현물이전을 끝낸 고객을 상대로 휴대용 스마트TV 등을 주는 경품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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