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주식 이민’ 가지”…美 주식 줄일 때 코스피 ‘역주행’

코스피·코스닥 발행 주식 급증
툭하면 복수상장에 유상증자까지
미국은 자사주 사들여 소각 적극적


지난 9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증시 대비 우리 시장 부진 원인으로 발행주식 수 증가가 첫손에 꼽힌다.

순이익이 늘더라도 발행주식 수가 더 큰 폭 증가하면 주당순이익(EPS) 감소로 주가는 고꾸라진다.

전문가들은 복수상장 증가에 따른 국내 발행주식 수 증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합산 발행주식 수는 2014년 571억주에서 2024년 9월 3일 기준 1183억주로 2배가량 늘었다.

코스피가 354억주에서 627억주로, 코스닥이 217억주에서 556억주로 각각 증가했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1366조원에서 2570조원으로 2배 늘었다.


그러나, 합산 시총 증가에 비해 개별 기업 주가는 최근 수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코스피·코스닥은 2014년 종가에서 최근까지 각각 30% 안팎 오르는 등 사실상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머물렀다.


이유는 이렇다.

시총은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해 구한다.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주식 수가 늘면 시총은 증가한다.

우리 증시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수가 줄기는커녕 모자회사 동시·복수상장으로 주식 수만 잔뜩 늘었다.

가령, LG화학이 상장해 있는 상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또 상장하는 것을 모자동시상장이라 부른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한국의 복수상장 비율은 8.5%로 주요 선진국 대비 매우 높다.


국내 상장사의 ‘묻지마 유상증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주식 수가 늘었다는 건 한국 증시 전체가 유상증자를 밥 먹듯 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한국과 반대다.

‘매그니피센트(M)7’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 주식 수는 꾸준히 감소세다.

시총 계산 시 발행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자사주를 차감한 유통주식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2014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아마존닷컴,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테슬라 등 M7 합산 유통주식 수는 852억주다.

올해 9월 3일 기준 M7 유통주식 수는 756억주로 2014년보다 약 11% 줄었다.


미국 상장사는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에 적극적이다.

주주 입장에서 더 좋은 건 자사주를 소각하는 쪽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이미 사둔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매각할 우려를 뜻하는 ‘오버행’ 리스크가 있다.

아예 소각해버리면 위험을 덜고 주당 가치는 더 높아진다.

덕분에 미국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 궤적을 그렸다.

S&P500, 나스닥100 등 미국 주요 지수는 지난 10년 동안 각각 169%, 348%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코스닥 주주 가치 희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국내 기업 자사주 소각 추이와 지속성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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