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한도 1억으로 올려준다더니…금융위가 고민하는 까닭은?

5천만→1억원 법 개정 움직임
당국 “지금도 예금자 98% 보호
한도 상향땐 일부 계층만 수혜”

[사진=연합뉴스]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법안들이 계속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법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도상향에 따른 혜택이 일부 자산가들에게만 돌아갈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자금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엄태영 국민의힘·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제출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하고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지급한다.


이 제도는 2001년부터 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한도가 5000만원으로 운영 중이다.

상향을 주장하는 쪽은 2001년과 비교했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예금 등 규모가 각각 2.9배(작년말 기준 4334만원), 5.3배(작년말 기준 2947조원)까지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금융위는 “현재도 예금자의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의 권고수준을 충족해 대부분의 예금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전 금융권 예금자수 3억8333만명(중복 포함)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수가 98%(3억7550만명)를 차지한다.

한도 상향 혜택이 금융자산이 많은 일부 계층에 한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이동 영향’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도를) 올릴 경우 자금이 은행에 몰릴수도 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갈수도 있다”며 “어느쪽으로든 자금이 쏠리면 불안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보호 한도를 높이면 시중은행 예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금융사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금융업권의 부담이 커지면 결국 금리 인상 경로 등을 거쳐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금융위는 “예금보험금 한도를 증액하는 경우에도 그 한도의 최소 수준을 법률로 명시하기보다는 경제·금융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현행대로 대통령령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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