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규제 혼란 ◆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 집을 매수하려고 대출을 알아보는 중인데 한 달 전 은행 창구에서 상담할 때와 비교해 금리나 한도가 달라졌다.

보험사 주택담보대출도 알아보고 있는데, 이것 역시 어려우면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대출까지 상담해봐야 하는지 걱정이다.

"(50대 주부 A씨)
금융당국이 마련한 가계대출 실수요자 간담회에서 최근 은행권이 강화한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대해 실수요자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잔금 계획 등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실수요자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통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가계대출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계빚 관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추가 대출규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금감원이 개최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은행 개인 고객 6명과 은행 영업점 직원 2명, 부동산 시장전문가 4명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주문했다.

실제 5대 은행 중 4곳은 각사가 연초 경영계획에서 밝힌 연내 가계대출 관리 목표 잔액을 현재 초과한 상태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잔액 추이와 관련해서 목표치보다 올라가거나 합당한 이유로 벗어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목표치를 지나치게 벗어나거나 의도적으로 이를 넘기는 은행도 한두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추가 대출규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순증액이 9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목표로 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관리'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장에 적용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가계대출 규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원장이 현행 대출규제 한계를 먼저 거론한 만큼 추가 규제 도입 시기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추가 대책으로 DSR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강화해 차주의 대출 한도를 확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시기를 앞당기거나 개인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한도를 낮추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 보호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은행권이 관리를 강화하기 전 대출상담이나 신청을 했고 주택거래가 확인된 차주는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은행의 일률적 적용으로 수요자에게 어려움이 있다"며 1주택자 대출을 제한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들의 불편에 금융당국 책임이 있다는 점도 일정 부분 인정했다.

이 원장은 "1주택자 이상 차주에게는 무조건 대출이 안 된다는 조치 등은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없었다는 쪽에 가깝다"며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도 국민들께 불편을 드린 것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별로 들쭉날쭉한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정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추석 전 이른 시일 내에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일률적·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합리적 기준을 맞춰야 소비자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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