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조차 갚지 못해 '떼인 돈'으로 여겨지는 시중은행 무수익여신이 3조원 가까이 쌓였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중은행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 무수익여신 증가세가 가계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 공격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기업 '악성 대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여신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2조946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조6883억원) 대비 9.60%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 총여신은 총 1421조1070억원으로 전년 동기(1308조1190억원) 대비 8.64% 늘어났는데, 무수익여신 증가폭이 이를 넘어선 것이다.


무수익여신이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대출을 말한다.

은행들은 90일 이상 원금도 못 갚고 이자도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무수익여신으로 분류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무수익여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국민·하나은행 무수익여신은 각각 9466억원(전년 동기 대비 35.42% 증가), 8056억원(18.02%)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은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0.05%포인트 늘어난 0.24%, 하나은행은 0.02%포인트 증가한 0.23%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상반기 무수익여신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98%, 4.59% 감소해 5430억원과 651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은행이 작년 상반기 0.21%에서 올 상반기 0.17%로,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0.21%에서 0.19%로 줄었다.


무수익 여신이 급증하고 있는 배경엔 최근 빠르게 증가한 기업대출이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884조9771억원으로 지난해 말(784조197억원)보다 7.8% 증가해 가계대출 증가폭(2.4%)을 웃돌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본격화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대폭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업대출이 늘면서 무수익여신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기업 무수익여신 증가세는 기업대출 증가폭을 넘어섰다.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전년 동기(1조8019억원) 대비 9.82% 증가한 1조9789억원이었다.

가계 무수익여신은 9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5%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실 기업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무수익여신이 크게 증가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측은 "2023년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저성장으로 인해 유동성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 건설사 등에서 한계차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기업 중심의 악성 대출을 막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2월부터 '잠재부실자산 관리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해 잠재 관리 등급에 대해 매월 리뷰를 실시하고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체여신 책임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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