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증가폭 사상최대인데”…정부 아닌 은행이 가계빚 컨트롤타워라고? [기자24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나.”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두서없이 쏟아낸 말을 요약해 보자면 “정책 실기의 책임을 은행이 지고 있다”에 방점이 찍힌다.

실제 지난 7월부터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상황과는 반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2차례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말은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국의 의도가 아니다”였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22차례가량 금리를 끌어올릴 때는 ‘강 건너 불구경’ 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가격(금리)이 아닌 총량 중심으로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각 은행들이 ‘가격 외 통제 방안’을 짜내면서 그야말로 극약 처방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는 1주택자에게 전세대출과 주담대를 내주지 않겠다는 은행까지 나왔다.

부동산 활황장을 두고 지난 정부가 쏟아냈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이번에는 은행 손을 빌려 나오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느슨하다.

이달 시행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장에 적용되는 것을 보고 연내 추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달 DSR 2단계 시행을 안내하면서 한도를 꽉 채워 대출받는 차주의 비중이 은행권을 기준으로 6.5%에 불과해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정부가 가계부채와 관련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번 대출 수요가 불붙기 시작하면 나중에 이를 잡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앞선 부동산 활황장을 통해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8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과 주담대 잔액 증가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컨트롤타워’ 역할을 언제까지 은행에 맡겨둘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유준호 금융부 yjunho@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