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도 이쯤되면 기가 막혀…“10월부터 크리스마스” 선포한 이 나라

베네수엘라 독재자 마두로, 민심 잠재우려
TV쇼에서 “9월 크리스마스 냄새난다” 밝혀
야당 대선 후보 체포영장 청구 직후 발표
2021년, 2023년에도 시즌 앞당긴 바 있어
성공회 “정치적·선전 목적 발표” 비판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최근 부정선거 논란과 경제 위기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10월 1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일 주간 TV 쇼에 출연해 “9월은 크리스마스 냄새가 난다”라며 “올해 크리스마스는 10월 1일 시작할 것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와 기쁨, 안전 속에 모두를 위한 크리스마스가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몇 주 전부터 각종 축제가 열리고, 가족과 친구가 모여 파티를 열어 선물을 주고받는다.


마두로 대통령의 발표는 베네수엘라 검찰이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에 대해 음모·문서 위조·권력 찬탈 혐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나왔다.


마두로 대통령의 조치는 국내외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곤살레스를 지지하는 야당 연합은 대통령 선거가 도난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비판하며 거리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모두 체포하라며 새 교도소 두 곳을 열라고 명령했다.

지금까지 약 2400명이 체포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전역 국가들도 마두로 대통령의 조치를 비판하며 베네수엘라 당국에 투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세분된 투표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미국은 여러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베네수엘라 수사당국이 곤살레스에 부당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규탄했다”라며 “이는 마두로 대통령이 강제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곤살레스의 대선 승리를 거부하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전날 마두로 대통령 소유 전용기를 수출통제 위반 사유로 도미니카에서 압류해 미국 플로리다로 이전했다고 발표했다.


셀소 아모림 브라질 외교정책 고문도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당국이 곤살레스 체포를 강행한다면, 이는 정치적 체포가 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에서 권위주의적인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당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사례 중에서는 가장 일찍 크리스마스 시즌을 시작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지난해 마두로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11월 1일부터 시작하라고 명령했지만, 나중에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10월 4일에 시작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성공회는 정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일방적으로 앞당기는 것에 항의하며 “정치적 또는 선전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성공회는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에 시작된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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