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까먹었다면 빨리 인출하세요”…한때 가입자 100만 카드의 몰락

차이페이 이어 차이카드 11월부터 결제 종료
12월27일부터 연결계좌서 출금도 불가능
전 대표 테라·루나 사태 연루·수백억대 적자 ‘발목’
B2B에 올인…코리아포트원 통해 결제사업 키울 듯

차이페이와 차이카드. [사진 출처 = 차이코퍼레이션]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업 차이코퍼레이션이 지난해 ‘차이페이’ 중단에 이어 연내 선불식충전카드 ‘차이카드’ 서비스도 종료한다.


차이카드는 카페·음식점·쇼핑 등 연계 포인트 지급, 한 달에 10회 출금 수수료 무료 등 다양한 혜택으로 한때 ‘네이버·카카오페이 대항마’로 꼽히며 가입자 100만명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와 재정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모습이다.


3일 매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차이코퍼레이션은 오는 13일부터 자체 애플리케이션인 ‘차이앱’ 신규가입을 제한하고 차이카드 재발급 지원을 종료한다.

오는 11월 1일부터는 차이페이·차이카드 결제를 전면 종료해 이후 차이카드 사용이 불가해질 예정이다.


오는 12월 27일부터는 차이앱 접속이 중단돼 차이앱을 통한 차이머니 출금마저 불가해진다.

차이머니는 차이앱에 충전해둔 선불금이다.

차이카드 고객들이 연결계좌를 통해 충전해둔 차이머니는 지난 7월 31일 기준 52억787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내 차이머니 인출을 못한 고객들에 대해 차이코퍼레이션은 2025년 1월 6~17일 동안 선불충전금 관리기관인 하나은행을 통해 차이머니를 일괄 환불 처리한단 방침이다.


‘테라·루나’ 공동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18년 9월 설립된 차이코퍼레이션은 2019년 6월 ‘차이페이’ 간편결제를 시작으로 이후 ‘차이카드’ 출시 등 결제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차이페이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처럼 은행 계좌를 모바일 앱에 연결해 현금을 충전해서 쓰는 간편결제서비스다.

차이카드는 차이페이와 연결된 실물 체크카드로, 차이페이 잔액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다.

차이페이는 주로 모바일 결제에, 차이카드는 실물 카드 결제에 중점을 뒀다.


차이카드는 다양한 할인 혜택과 캐시백을 비롯해 연회비, 발급비, 배송비, 전월 사용 실적 조건이 없어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차이카드는 초대장을 통해서만 발급받을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됐는데, 당시 이 초대권이 중고장터에서 현금으로 거래될 정도였다.


차이코퍼레이션의 창립자인 신현성 전 대표는 티몬 창업 신화를 쓴 인물로 차이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며 차이페이·카드도 혁신 서비스로 키울 것으로 기대 받았다.


하지만 신 전 대표가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사기적 부정거래,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연루되자, 차이 서비스는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신 전 대표는 권도형과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는데, 검찰은 차이코퍼레이션이 테라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고객 결제 정보를 테라폼랩스에 무단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차이 플랫폼이 일부 테라·루나 코인의 자금 세탁이나 비자금 조성 등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관련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당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차이페이 탈퇴’, ‘차이카드 환불·인출’ 방법을 담은 글과 영상이 연일 올라오며 이용객들이 대거 이탈했다.


부실한 재무 상태도 차이 서비스 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차이코퍼레이션의 영업손실액은 2021년 372억원, 2022년 223억원으로 수백억원대 적자를 지속 기록 중이다.


차이페이 이미지. [사진 출처 = 차이코퍼레이션]
결국 차이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차이페이’를 종료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의 핵심 사업이었던 차이페이가 종료된 만큼, 관련 업계에선 차이카드 중단은 예견된 일이었단 분위기다.


차이페이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대부분의 가맹점과 계약이 종료됐고, 차이카드만 BC카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 차이카드 서비스 종료에 따라 이마저도 모두 중단될 예정이다.


차이코퍼레이션은 차이카드 등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사업을 모두 접고,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차이코퍼레이션이 2020년 인수한 B2B 결제 솔루션 기업 코리아포트원(전 아임포트)를 통해 다양한 B2B 결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영주 코리아포트원 대표는 2022년 12월부터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도 역임하고 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고객 공지를 통해 “투자 환경 변화와 경기 악화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긴 고심 끝에 차이페이와 차이카드 등 B2C 서비스를 중단하고, 남은 역량을 모아 B2B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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