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연초 경영계획의 일환으로 설정한 '연간 가계대출 관리(증가) 목표 한도'를 이미 모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가계부채 증가폭이 관리 수준 범위를 벗어났다며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연내 가계부채 규모를 줄여 목표치를 맞추지 못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계획 수립 시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목표치를 낮추게 하는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해 목표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3000억원인데, 연초 이후 이달 21일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14조1000억원이었다.

목표치의 151.6%까지 가계대출이 늘어난 셈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까지 가계대출 목표 잔액을 120조5000억원으로 계획했는데, 이달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22조3000억원으로 목표치를 1조8000억원 웃돌았다.

국민은행도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보다 현재 대출 잔액이 1조5000억원 많았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대출잔액이 목표치를 각각 9000억원, 6000억원 초과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상승하고 향후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차주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여기에 은행들의 '이윤 추구' 유인과 맞물려 각 시중은행들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대출 총량 관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연내 은행 전체의 DSR을 산출하고, 올해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계획 수립 시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올해 해당 은행 보유 대출의 평균 DSR이 35%라면 내년 계획 수립 시 이를 30%로 낮추는 방식이다.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면 각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관리 목표치에 따라 가계대출 공급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달 가계부채 증가폭이 관리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5월 6조원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는 5조9000억원, 7월에는 5조5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이달 은행권에서 6~7월 규모를 넘어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금감원은 월별 가계부채 증가액이 5조5000억원 이내에서 관리될 때 적정 수준인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 각 시중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집중되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4대 은행+NH농협)에서만 주담대 잔액이 6조8171억원(1~23일 기준) 늘어났다.

이미 7월에 5대 은행의 주담대는 7조5975억원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8월에는 이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이 추진 중인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적정성을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최근 두 달간 각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22차례 끌어올리며 대출 수요 차단에 나섰는데,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가격(금리)'에서 '총량(대출 공급량)' 중심으로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주담대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니 은행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결과가 금리 인상이고, 이런 영업 행태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근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은행권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진 데다 대출규제도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헐거운 만큼 수요가 이전할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실수요자들의 불편은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여신 심사를 강화하더라도 갭투자 등의 대출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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