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가장 많은 KB부터 시동
신한, 자체 DSR 운영 검토 돌입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취급 중단도

은행권, 대출심사 강화 방안 마련 분주
대출 덜받고 빨리 상환하면 금리 인하하는
국토부 버팀목·디딤돌 모델 도입도 고민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지난달부터 두 달간 대출 금리를 22차례나 올렸지만 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폭증을 가격(가산금리) 인상으로만 대응해왔던 시중 은행들이 주담대 한도·만기 축소, 대출 상품 취급 중단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총량 관리’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만 대출 관리해 이자마진을 늘린다고 질타하자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정부 기준보다 엄격하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도록 권고했다.

예를 들어 정부의 DSR기준이 40%라고 해도 이를 맞출 필요없이 은행들이 자체 심사로 30%, 35%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줄이는 식이다.


가장 먼저 실행에 나선 것은 신한은행이다.

이 은행은 정부가 설정한 DSR에 따라 대출한도를 부여해왔던 것에 더해, 자체적으로 심사 강화를 통해 대출한도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주의 소득수준에 따라 DSR은 계산되지만, 여기에 더해 소득 안정성 등 추가 요인까지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시작돼 대출받을 수 있는 총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데, 여기에 은행 자체적으로 심사를 강화하면 불붙은 가계대출 관리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신한은행은 또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운영 중단과 거치식 주담대 운영 중단 등도 함께 검토중이다.

이는 모두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구입에 대한 수요 차단 차원이다.

거치식 주담대의 경우 일단 일정기간은 이자만 냈다가, 이후 원리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인데, 다주택자들이 갭투자를 할 때 초기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받는 경우가 많은 상품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주담대 등 가계대출 잔액이 많은 KB국민은행은 이날 대출 심사 관련 강화된 안을 발표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주담대 대출기간을 기존 최장 50년(만 34세 미만)에서 30년으로 축소하고, 거치형 주담대 운영도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제한이 없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1억원으로 축소하고,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 적용도 제한해 대출한도 축소 효과를 노린다.

또 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즉 나대지에 대한 담보대출을 중단하고, 타행 전세자금대출 대환도 불허하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이라 불리는 ‘통장자동대출’도 기존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우리은행 역시 다음달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목적 주담대 최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대출의 경우 소유권 이전과 신탁등기 말소 등을 전제로 조건부로만 내어주기로 했다.

또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MCG) 적용을 제한한다.

지역별로 설정된 소액임차보증금에 해당되는 금액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5500만원 가량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권에선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인 버팀목과 디딤돌 대출에 적용되는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버팀목과 디딤돌 대출을 받는 차주가 대출한도의 30% 이하 금액만을 신청할 시 0.1~0.2%포인트 금리 우대를 해주기로 했다.

또 대출을 받았어도 빠르게 상환할 경우 남은 대출잔액에 대해서는 금리를 낮춰주고, 반대로 더디게 갚으면 가산금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에서도 이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꼭 필요한만큼만 대출을 받게 하고, 최대한 빠르게 대출을 갚게 해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금융당국에서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사실상 강하게 압박하면서 7월 이후 22차례나 단행됐던 5대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상 릴레이는 당분간 없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처럼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예대금리차 확대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8월 들어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역시 면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연합회도 가계대출 문제가 불거지자 대응에 나섰다.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은 이사회를 열고 “대출금리 등 가격중심의 대응보다는 은행별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가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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