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관리 논란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은 사전에 부당 대출과 관련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횡령 등 연이은 금융 사고에 이어 부당 대출 건을 두고 감독당국 수장까지 직접 나서 책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현 경영진에 대해 제재와 사퇴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사정권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대상 부적정 대출 취급과 관련해 지난해 9~10월께 해당 대출이 직전 금융지주 회장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이 돼서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고, 3월 감사 종료와 4월 자체 징계 후에도 감사 결과 등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단순한 여심심사 소홀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범죄 사실까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못 박았다.
앞서 지난 9일 금감원은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년 동안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들에게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는 사실을 대외 공개했다.
이 가운데 350억원은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이 부적정했고, 260억여 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5월 금감원이 제보 등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뒤에야 자체감사 결과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아울러 사건 관련자의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들에 대한 수사기관 고소는 모든 사실이 대외 공개된 지난 9일 이뤄졌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관계에 기초해 늦어도 올해 4월 이전 우리은행에 금융사고 보고와 공시 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해당 부적정 대출 상당수가 지난해 말부터 부실화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에는 금융 사고로 판단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부적정 대출 관련 금융 사고를 지난 23일이 돼서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이 이 같은 사실을 이사회에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간담회 정례화,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등 금융사 경영진 견제를 위한 이사회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금감원은 전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이번 건을 계기로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은 이 원장의 발언이 임 회장과 조 행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동반 중징계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현 경영진이 금융당국의 제재 전에 먼저 사퇴 등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의 메시지, 거취와 관련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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