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관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6번째 총리 맞이한 터줏대감 ‘래리’
영국 정부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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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래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총리실이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오만 국왕을 환영하기 위한 레드카펫을 준비하는 직원들 옆에 있다. AP연합뉴스 |
‘그의 마지막 길은 정부가 책임집니다.
’
영국 정부가 한 고양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 주인공은 래리.
총리 관저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우닝가에서 키어 스타머 현 총리까지 6번째 총리와 함께한 래리는 현재 17세로 고령의 고양이다.
다우닝가 고위 관리들은 지난 1년간 래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더타임스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드명도 있다.
그 이름은 ‘래리 브리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비한 코드명 ‘런던브리지 작전’과 찰스 3세 국왕 서거에 대비한 계획의 코드명 ‘메나이브리지 작전’과 동급이다.
‘내각 수석 쥐잡이(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라는 직함을 가진 래리에 영국 정부가 최선의 예우를 다하는 셈이다.
래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재임 당시인 지난 2011년 동물 보호소에서 총리 관저에 입양됐다.
캐머런 총리는 2016년 사임하면서 마지막 의회 출석 때 자기 무릎 위에 앉은 래리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래리를 안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말하며 집사들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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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기 전 고양이 래리를 쓰다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테리사 메이와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등 보수당 총리 4명에 이어 지난달 정권 교체로 노동당의 스타머 총리까지 맞이하는 등 영국 정치사 현장을 지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줄무늬 고양이의 평균 수명을 넘겨 17세가 된 래리를 보는 관료들은 걱정이 크다.
한 정부 소식통은 “래리가 떠나는 슬픈 날을 대비한 보도자료와 이미지 초안이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도 래리가 “현재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세상에 래리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래리 브리지’ 계획”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이를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우닝가 10번지 정보기술(IT) 시스템 폴더에는 래리가 세상을 떠나면 공개할 사진들이 분류돼 있다.
아울러 소셜미디어 발표 용도의 초안도 작성돼 있다고 세 번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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