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피크아웃 준비할 때
실적 성장 기울기 꺾일 것으로 전망
‘피크아웃’ 우려 과장 주장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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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인공지능(AI) 고점론을 재점화시켰다.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맞물려 AI 관련주가 급락했다 반등한 지 불과 일주일여 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반도체 업황 피크(고점)를 준비하라(preparing for a peak)’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 자체는 내년에도 호조세를 보이겠지만,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 성장 기울기를 보여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 성장 기울기가 감소하면서 ‘피크아웃(고점 뒤 하락)’ 우려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21%)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올 4분기부터 매출 증가율은 18%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부터는 글로벌 IT 기기 매출 증가율(8.3%)도 고점을 찍을 것으로 지적했다.
미국 IT 기업 클라우드 설비투자(CAPEX) 증가율도 올 3분기(59%)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봤다.
내년부터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8% 수준으로 내려올 것으로 추정했다.
모건스탠리는 “AI 산업 투자 랠리는 영원하지 않다”며 “결국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업황은 좋겠지만, 결국 주가는 실적 증가율에 수렴할 것”이라 덧붙였다.
지난 2021년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로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장기 하락 추세)을 예측해 주목받았다.
공교롭게도 보고서 발간 직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만, 국내 증권가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과장됐다는 논리도 팽팽하다.
여전히 반도체 업종이 세계 금융 시장에서 주당순이익(EPS)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M7’을 주축으로 한 혁신이 지속 중이라는 반박이다.
무엇보다 과거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 비춰 사이클 종료가 단순히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이익 상승률 고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 때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상승률’ 기준
SK하이닉스 고점은 2017년 2분기(상승률 574%, 약 7배)였다.
하지만, 슈퍼 사이클은 1년 정도 더 지속되다 2018년 5월을 기점으로 주가는 ‘피크아웃’했다.
당시 D램 가격 상승률이 5% 이하로 떨어지고 더 이상 분기 이익 상승이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가 랠리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KB증권은 내년 D램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5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적어도 내년 3분기까지는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AI 설비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며 “AI 시장이 개화하기도 전에 불거진 AI 거품론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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