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경고야, 이러면 한국서 투자 못해”...국내기업들 ‘이곳’에 항의나선 이유는

신한·한투 등 기관투자자들
사모펀드 KKR에 집단항의
“유럽 자전거 회사 악셀
90% 감자 요구 말도안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집단 항의하고 나섰다.

2022년 유럽 자전거 회사에 투자한 건에 대한 KKR의 감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DB손해보험 등을 포함한 대주단은 악셀그룹 인수건과 관련해 KKR에 항의성 메시지를 조만간 전달할 것으로 확인됐다.


악셀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KKR이 인수금융 셀다운(재매각) 물량에 대해 약 90% 감자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수금융 형태로 거래에 참여한 대주단은 에쿼티(자기자본) 물량이 아니라 셀다운 물량까지 감자를 진행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KKR에 크게 반발했다.


KKR이 무리한 감자를 진행할 시 향후 한국에서 제대로 된 투자 활동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강경한 내용이 메시지에 담겨 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2022년 7월 KKR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유럽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인 악셀그룹의 주식 96.9%를 인수, 같은해 8월 KKR 측이 나머지 지분을 확보해 악셀그룹을 상장폐지시켰다.

총 거래 규모는 20억유로(약 2조75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주축이 된 신한 GIB그룹이 인수금융을 대표 주간했다.

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주선했는데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매각은 지난해 4월 완료됐다.


하지만 악셀그룹이 인수 후 경영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자전거 수요 감소, 재고 과잉 등으로 실적도 하락했다.


2022년 14억3000만유로를 기록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13억유로로 감소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억4000만유로에서 1200만유로로 90%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8일 국내 기관투자자 대주단은 긴급회의를 진행해 향후 대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EOD(기한이익상실)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기 혹은 부분 상환이 가능한 커버넌트(재무약정) 조건이 있어 현재까지 인수금융 디폴트 위험은 적은 수준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