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도 아닌데 한달 수익률 30%…‘이 남자’ 으름장에 K조선 더 간다는데

조선주, 美군함 등 신규일감 많아
일각에선 방산주로 분류하기도
美해군과 함정정비 협약 HD현대重 강세

中때리는 美생물보안법에
한국 바이오기업 반사이익 기대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

차세대 호위함 ‘충남함’ 시운전 모습 [사진 = HD현대중공업]
국내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으로 ‘환승’ 중인 직장인 김모씨(37)는 1년 동안 보유했던 HD현대중공업 마저 전량 매도했다가 땅을 치고 있다.


김씨는 “작년 여름에 샀다가 물려서(손실이 나서) 고생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수혜주로 올해 10% 올랐길래 팔았다”며 “매도 이후 한달새 주가가 30%포인트 추가로 오른걸 보면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후회했다.


실제 김씨와 같은 개인투자자는 HD현대중공업을 올 들어 지난 7월30일까지 1700억원 넘게 팔았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이 국내 대표 조선사 주식을 차곡차곡 사모으고 있다.


증권가에선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과도한 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다음 타자를 찾고 있다.

일단 주목받는 주식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으로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업이 증권가 레이더망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조선업종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미국 군함과 같은 대규모 신규 일감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또 선박 건조의 주된 비용인 철강값 하락, 값비싼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 등 각종 호재가 ‘협력’이라도 하듯 실적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중 갈등 반사이익 차원에선 K바이오 주식 역시 ‘머니무브에 따른 주가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며 주목받는 또 다른 업종이다.

미국이 자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우시바이오 등 중국 기업을 몰아내려하면서 이 빈 자리를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메꿀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두 업종의 대표 투톱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이 AI 이후 하반기 투자 시장의 주도주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단기 급등한 주가는 부담이다.

여의도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갈등에 대한 수혜와 아직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K조선과 바이오는 올 하반기 주도 업종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올라 주가 조정시에만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군함 등 특수선은 HD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는 삼성중공업
미국이 중국에 추월을 허용한 분야 중 한 곳이 바로 조선업이다.


1980년대 들어 미국이 보조금을 대폭 축소한 반면 중국은 보란듯이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선박 건조 능력을 키웠다.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은 인건비는 높은데 수익성은 낮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도 안된다”며 “시장 논리라면 중국에 선박 건조를 의뢰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가능해서 한국과 일본에 나눠서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59%로 압도적이며 한국(24%)과 일본(13%)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조선업은 민간 상선은 물론 군함 등 특수선 분야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방산주로도 분류한다.


이에 따라 민간과 군용 선박 능력까지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의 주가가 고공행진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달 이 조선사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군함 유지·보수(MRO) 사업 입찰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다.


MRO 시장은 작년 20조원에서 2029년에는 86조원(모도 인텔리전스 기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함과 같은 이지스함(고성능 레이더와 대공 미사일을 갖춰 전방위 공격 가능) 건조 경험이 있다.

세종대왕함은 미국 이지스함과 설계 구조가 비슷해 시너지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미래 실적으로 연결돼 주가를 미리 끌어 올린다.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가로 진격한 이유다.


단기 실적도 우량하다.

지난 2분기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8840억원, 1956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의 경우 1년새 185.4%나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5%를 기록했는데 1년전인 작년 2분기(2.2%)에 비해 수익성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낮은 마진율은 오랫동안 K조선의 발목을 잡아왔다.

올 들어 수익성이 개선된 이유는 주된 비용 요소인 후판(조선용 철강) 가격 하락·안정 덕분이다.


철강값은 각종 주택 건설 경기와 비례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 중국의 덤핑 수출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조선업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은 전체 선박 제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데 최근 저렴한 후판을 더 많이 쓰는 추세”라며 “중국이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자 덤핑으로 철강을 쏟아내 가격이 당분간 오르긴 어렵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은 업종내 지주사를 제외한 실적 기준으로 2등주다.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320억원, 1307억원으로 영업이익률 5.2%다.

이익률 기준으로 근소하게 HD현대중공업을 앞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연간 매출은 8조94억원이며 2026년 예상 매출은 12조5177억원으로 3년새 매출이 5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의 예상 매출 증가율(44.9%) 보다 높다.


증권가에서 삼성중공업의 매출이 더 커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매출이 많아서다.


지난 2분기 매출 증가도 4월 부터 착수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가 반영됐기 때문.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9척을 비롯해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셔틀탱커 1척 등 22척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97억달러의 51%를 이미 달성했다.


또 친환경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FLNG 등 고가의 선박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늘어나는 구조다.


K조선 투톱에 대한 중장기 투자 여부는 미래 사업 성장성에 달렸다.

중장기 사업으로 HD현대중공업은 방산 특수선에,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선 단기 급등한 주가가 걸림돌이다.


국내 조선업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주가 고점 여부를 판단하는데 HD현대중공업의 경우 PBR이 3배를 넘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말 예상 기준 PBR이 2.65배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7년 조선사 주가 고점 당시 PBR이 5배를 찍었다 내려왔다”며 “수주 잔고와 성장성 고려시 PBR 3배 수준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 美 생물보안법 수혜 삼성바이오, 신약 효과 기대는 셀트리온
중국 바이오 대표주자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바이오)는 올 들어 미국내 로비자금을 대폭 늘리며 생물보안법 저지에 나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의 건강과 유전 정보를 우려대상 기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미국 의회가 밀어 붙이는 주요 법안이다.

여기서 우려대상 기업에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 이름을 대놓고 올리면서 ‘반중국 법안’으로도 불린다.


미국내 자료를 인용한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시바이오의 경우 미국 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로비금액이 지난 1분기 4만 달러에서 2분기 16만5000달러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우시바이오는 중국의 대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그동안 신규 수주의 55%가 북미 지역에서 나왔지만 앞으로는 불투명하다.

우시바이오 등의 로비에도 미국 의회의 의지는 굳건하다는 것.
현재 CDMO 시장 점유율은 스위스 론자(2023년 기준 20.7%) 미국의 카탈런트(12%) 우시바이오(10.2%)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9.3%)로 이들 뒤를 쫓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올 대선에서 트럼프가 되든 카멀라 해리스가 되든 두 후보의 당이 모두 생물보안법은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삼성바이오의 직접 수혜로 이 주식이 황제주(주가 100만원 돌파)에 등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의 잠정 실적 기준 2분기 영업이익률은 37.6%에 달한다.


2분기 압도적 이익률의 비결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덕분이다.

2000억원 가량의 마일스톤(연구개발 수수료)이 들어왔는데 새로운 현금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셀트리온 [사진 = 연합뉴스]
셀트리온의 이익률은 예상 실적 기준 9.2%다.


바이오 2등주인 셀트리온 주가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과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라는 호재에 더 반응하고 있다.


휴미라와 같은 원조 의약품 특허가 종료되면서 셀트리온이 주로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대거 팔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제품의 효과는 원조와 같은데 가격이 더 저렴한 복제약으로, 인플레이션 시대에 각광받고 있다.


이 시장은 연평균 17.8% 성장(한국바이오협회 자료)이 예상되며 삼성바이오도 주된 공급사다.


CDMO의 강자인데다 바이오시밀러 까지 품고 있는 삼성바이오로 돈이 몰리는 이유다.

올 들어 외국인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순매수 금액은 6875억원이다.


외국인은 셀트리온에 대해선 7월 이후 순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

신약 개발 능력을 보여주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내 신약으로 인정받은 짐펜트라의 매출이 2분기 부터 인식될 것”이라며 “짐펜트라는 이익률이 높아 향후 이익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주 역시 주가 급등으로 단기 고점에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4배, 80배 수준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