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 무색할정도”…고평가 경고등 들어온 코스닥

2차전지·소부장 부진에도
테마주 열풍 거품 키워
PER 110 사상 최고 근접
홍콩·상하이지수 10배 수준
“투자 전 옥석가리기 필수”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 주가수익비율(PER)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만큼은 한국 상장사 주식가치가 실적이나 경쟁력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자조와 따로 노는 셈이다.

이같은 코스닥 고평가가 주가 급등보다는 실적 부진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조정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2% 하락한 858.55에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 코스닥 PER은 109.83배에 달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발표된 1996년 7월 이후 역대 최고치인 118.3배(2005년 10월)에 근접한 수치다.

코스닥이 1000선을 돌파했던 2021년 4월(약 60배) 수치도 크게 웃돈다.


PE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한해 벌어들인 수익(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PER이 높으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고, PER이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의미가 된다.


2022년 9월만 해도 코스닥 PER은 21.93배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본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시기다.

이후 현재까지 PER이 5배가량 뛰는 동안 정작 코스닥지수는 약 27% 오르는 데 그쳤다.

현재의 코스닥 고평가가 주가 급등보다는 기업 수익성 하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코스닥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경우 1.95배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작년 하반기 시장을 주도하던 2차전지주의 경우 작년에 주가가 올랐던 데 비해 올해 실적이 안 나오는 구간을 지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관련 소부장 종목 역시 내년부터 수주 기대감이 있어 주가에도 반영됐지만 현재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아 PER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타 신흥국 증시와 비교할 때 코스닥의 고평가는 뚜렷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 PER은 대만 TAIEX 26배, 중국 상해 14배, 홍콩 H지수 11배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 대표적인 고평가주로 꼽히는 테슬라의 현 PER은 약 67배 수준이다.

현재 코스닥에서 이 PER을 뛰어넘는 종목은 106곳에 달한다.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면 주가도 서서히 조정받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코스닥 시장에선 이같은 자정 작용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모양새다.

자연스레 지수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얘기하지만 코스닥에선 반대로 과대평가 위험이 존재함을 의미한다”며 “코스닥이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특정 테마에 수요가 몰렸다가 꺼지지 않고 거품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기업들의 수익 창출 능력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 역시 최근 코스닥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주식 회전율은 30.20%로, 2017년 10월(29.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의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손바뀜이 활발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8조7922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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