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가격이 뛴 해외 주식을 남편이나 부인에게 증여한 뒤 매도해 세금을 줄이는 '세테크'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금투세 관련 법령의 숨은 조항인 '배우자 증여 이월 과세'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7일 매일경제가 내년에 해당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해외 주식 수익이 4억원인 부부가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했다가 곧바로 매도했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이 기존 0원에서 860만원대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월 과세란 증여받은 사람이 특정 기간 안에 이를 매도하면 취득가액을 증여 시 가격이 아닌 증여를 한 사람이 해당 재산을 취득할 때를 기준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현재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은 후 10년 안에 매도할 때 적용된다.


하지만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면 배우자에게서 증여받은 주식·채권을 1년 안에 매도하는 경우로도 확대된다.

제도 도입 전후의 세금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남편이 과거 1억원에 산 엔비디아 주식 가격이 5억원으로 오른 경우를 가정했다.


현재는 남편이 엔비디아 주식 전부를 부인에게 증여하고, 부인이 이를 바로 매도할 경우 증여세뿐만 아니라 양도세까지 한 푼도 물지 않는다.

배우자 증여의 경우 10년간 6억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양도세는 취득가액에서 매도액을 뺀 매매차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린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인의 주식 취득가액을 남편에게서 증여받은 날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씩 총 4개월 종가 평균으로 결정한다.

이 기간에 주가 변동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취득가액은 5억원이 된다.

부인이 남편에게서 주식을 증여받은 후 이를 곧바로 매도할 때 '5억원(매도액)-5억원(취득가액)=0원(매매차익)'이 돼 양도세를 물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뭉칫돈을 굴리는 자산가들은 배우자 증여 제도를 절세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내년에 예정대로 배우자 증여 이월 과세가 도입되면 해당 주식의 취득가액은 증여받을 때 가격인 5억원이 아닌 당초 남편이 주식을 산 가격인 1억원으로 간주된다.

만약 부인이 증여받은 주식을 바로 팔 경우 '5억원(매도액)-1억원(취득가액)'이 돼 매매차익은 4억원이 된다.


해외 주식 매매차익은 기본공제 금액인 25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서 3억원 이하에는 22%(각각 지방세 포함), 3억원 초과분에는 27.5%의 세율이 매겨진다.

이를 매매차익 4억원에 적용하면 해당 부부가 물어야 하는 양도세는 총 9281만2500원에 달한다.


이 같은 양도세 폭탄을 피하려면 매도 시점을 증여받은 지 1년 후로 늦추면 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절세를 위해 1년간 주식자금을 묶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주가가 떨어지면 당초 기대했던 매매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배우자 증여 이월 과세는 국내·해외 주식 양쪽에 모두 적용되지만, 세금 부담은 해외 주식을 증여할 때 더 클 전망이다.


국내 주식은 양도세 공제금액이 5000만원에 달하지만, 해외 주식은 25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 증시 불장으로 미국 주식에서 상당한 이득을 거둔 자산가가 많은 만큼,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들이 느끼는 세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손광해 미래에셋증권 VIP컨설팅팀 선임매니저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며 "제도 적용 기준이 금투세가 시행되는 2025년 이후 증여분부터가 아니고 2025년 이후 매도분부터이기 때문에 올해 미리 증여했더라도 1년이 지난 뒤에 팔아야 양도세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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