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매수 종목 분석
가정용 미용기기 돌풍
에이피알 이익률 20%
LG이노텍 추가 매수
지분율 8.3%→10%
AI 고속 성장
LG전자 ‘픽’
HD현대重 첫 배당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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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김호영 기자] |
국내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김모씨(35)는 올 들어 네이버 주식을 계속 매도하면서 확보한 현금으로
LG이노텍을 매수하며 ‘쓰라린 속’을 달래고 있다.
네이버 주가가 올 들어 25일까지 26% 하락했지만
LG이노텍이 같은기간 9% 오르면서 손실을 크게 줄여줬기 때문이다.
김씨의 종목 선정과 매매 기준은 국민연금 동향이다.
이 연기금의 ‘큰손’이 네이버는 계속 팔고
LG이노텍 지분은 늘리고 있는 것이 참고가 됐다.
그는 “애플이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굳건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애플에 카메라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예상 실적이 좋다”며 “특히 최근 국민연금이
LG이노텍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렸다고 해서 더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리는 곳은 주가가 상승하고, 반대로 지분 감소 상장사는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매수하는 곳 중 2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우량주를 따라 사는 ‘추종매매’가 시장 보다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며 유행 중이다.
최근 한달(5월24~6월24일) 연기금이 매수하는 종목 중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하면서 최근 한달 주가 수익률이 10%가 넘는 곳으로
에이피알 LG전자 LG이노텍 HD현대중공업이 떠올랐다.
이들은 몸담고 있는 업종내 다른 상장사보다 저평가돼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본부장은 “연기금은 자신들의 돈이 들어갔을때 주가가 급등할 정도로 유통 물량이 낮은 소외주에는 들어가기 어렵다”라면서 “중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거래량이 많고 실적이 개선되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국내 상장사 주목
실적과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의 장기 투자 전략은 주목받는다.
지난 달 국민연금은 2025~2029년 5개년 중기 자산 배분 전략을 내놨는데 그 핵심은 국내 주식 비중은 줄이고 해외주식과 대체투자는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년 말까지 국내외 주식 목표 비중은 각각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5.9%다.
증권가 관계자는 “국내 주식은 2029년까지 그 비중을 13%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이 늘리는 곳은 ‘알짜배기’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이런 소용돌이에 재대로 빠진 대표 상장사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꾸준한 실적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 중인데 그 이유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지분 축소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20년말 국민연금은 네이버의 지분을 11.56% 들고 있었는데 지난 2024년 3월말 기준 그 지분율이 7.96%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LG이노텍에 대해선 최근 지분율을 기존 8.32%에서 10.02%로 늘렸다고 이달 공시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매수·매도 동향은 이 연금의 공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매수 주체 중 연기금의 순매수 여부로 알 수 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으로 구성되지만 주식시장에선 연기금 매수액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최근 한달
에이피알 주식을 1166억원 어치 매수하며
에이피알을 순매수 기준 3위에 올려놨다.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셀트리온(1618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1215억원)
LG전자(1131억원)와 함께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돼 있다.
그러나 다른 곳들과 달리 지난 2월 코스피에 상장한 ‘새내기주’다.
에이피알은 ‘무서운 신입’으로 평가받는다.
2분기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지는데다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의 눈에도 들었다.
지난 21일 공시를 보면 연금은
에이피알 주식 81만9012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주식의 10.75%에 달한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LG이노텍(10.02%)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LG이노텍의 외국인 지분율이 24.4%(6월 24일 기준)에 달하고,
에이피알이 8%에 그친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예상된다.
외국인은 최근 한달
에이피알 주식을 205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에이피알은 가정용 미용 기기(홈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 등 5개 브랜드로 매출을 올린다.
핵심 브랜드는 미용 업계에선 ‘배우 김희선 피부 미용기기’로 유명한 ‘메디큐브 에이지알’이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메디큐브 에이지알은 점유율 32%로 업계 1위다.
이 브랜드는 7가지 기기로 구성되며 얼굴 관리부터 눈가 등 집중 부위, 전신 관리까지 이어진다.
업체 측은 국내 누적 판매량이 작년말 까지 168만대이며
에이피알 전체 매출의 40.5%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22억원, 334억원이다.
예상 영업이익률이 19.4%에 달한다.
2023년 2분기(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이익 증가율은 모두 34.8%로 나타났다.
높은 이익률과 성장률 모두
에이피알의 독점적 지위를 보여주고 있다.
미용 시장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중요해지면서
에이피알의 실적은 꾸준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병원 피부과에서 시행하는 고가의 시술과 비교해 접근성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에이피알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
에이피알의 화장품 브랜드 ‘에에프릴스킨’과 ‘메디큐브’의 수출도 증가세”라고 분석했다.
에이피알은 오는 12월까지 600억원 어치 자기주식(자사주)을 매수해 모두 소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를 상승시킨다.
LG전자 역시 실적(2분기 실적 개선)과 수급(연기금 매수) 등 ‘쌍끌이 호재’로 최근 한달 주가가 14.3% 상승하며 코스피(1.5% 상승)를 크게 추월했다.
증권가에선
LG전자가 ‘AI 관련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신성장 동력인 로봇 가전 자동차 등 사업부의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LG전자의 AI 전문 임원 수는 55명으로, 국내 30대 그룹 중 1위다.
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2020년에 LG AI 연구소를 설립해 향후 AI 시장이 커질수록 그 수혜를 실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LG전자는 LG CNS와 손잡고 초거대 AI 언어 모델 ‘엑사원 2.0’을 세웠는데 엑사원은 4500만건의 특허와 논문을 보유 중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엑사원이 보유한 전문 문헌과 이미지 등 콘텐츠 보유량은 국내에선 네이버에 이어 2위”라며 “올 하반기부터 엑사원 AI를 전세계 7억개의
LG전자 가전 제품에 적용하면서 AI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AI 시장 성장에 따라
LG전자의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과 같은 고수익 사업도 부상 중이다.
LG전자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71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9%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실적 대비해선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1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9.53배에 그친다.
LG전자 자산대비 주가를 뜻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01배다.
증권가에선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시가총액 10조원 클럽에 재진입한 것이
HD현대중공업의 성장 덕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3대 조선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올 1~5월 누적 매출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의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9.3% 늘어났다.
HD현대미포(5.5%) 보다는 높고
HD현대삼호(20.3%) 보다는 낮다.
HD현대삼호는 비상장사여서
HD현대중공업의 투자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792억원, 933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36.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HD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고가물량이 늘고 있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조선사는 2021~2022년 2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첫 배당(주당 173원 추정) 기대감까지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해외 저가 수주 악재는 벗어났지만 국내에서 한화그룹과의 경쟁 심화와
HD현대그룹내 ‘쪼개기 상장’ 문제가 남아 있는 점은 주가 상승을 억제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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