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인이라 프로필까지 확인해 믿고 투자했는데 대출까지 받은 돈 4000만원을 잃었습니다.

유명인을 사칭해 작정하고 사기를 치니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리딩방(주식 종목 추천 채팅방) 권유로 미국 나스닥 종목 투자에 나섰다가 피해를 당한 A씨의 하소연이다.

리딩방을 통한 투자 사기가 국내 증시를 넘어 해외로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까지 시세조종에 이용 당한 정황이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업계에선 이번 시세조종 의혹이 나스닥 상장사의 주주 또는 핵심 임원인 중국계 인사와 공모 속에 이뤄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시다발적으로 급락한 메종솔루션스(MSS), 노던(NCL), 샹숑인터내셔널홀딩(CHSN)을 비롯해 이홈하우스홀드서비스(EJH), 마이크로클라우드홀로그램(HOLO)은 모두 현재 시가총액이 100억~3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 기업은 한국 증시에서도 초소형 종목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시총이 적어 적은 자금으로도 시세를 조종하기 쉽다는 측면을 악용해 한국 리딩방에서 회원을 모은 운영진은 주가를 한 달 만에 5배 이상 올리고는 하루 만에 60~80%대로 폭락시키는 패턴을 반복했다.


급락일 직전 2주간 한국인들은 메종솔루션스는 5306만달러(약 716억원), 이홈하우스홀드서비스는 1674만달러(약 226억원)를 매수했다.


피해자들은 리딩방 운영진에 대한 강한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금융당국은 역외 거주인에 대해선 수사 권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당국 역시 나스닥에서 벌어진 시세조종에 대해선 감독 권한이 없다.

특히 해당 주식들은 모두 기업 소재지나 경영진인 이른바 'C레벨'들이 중국과 연관돼 있다.

만약 이들과 공모한 리딩방 운영진의 계좌가 중국에 있다면 경찰 수사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 주가는 현재 주당 5달러 미만의 동전주가 됐고 거래량이 거의 없어 한국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나스닥에 지난해 10월 상장된 메종솔루션스는 같은 해 12월 15일 하루 만에 83.6% 폭락했는데 처음에는 힌덴버그리서치의 쇼트리포트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니콜라와 루이싱커피의 사기 행위를 고발한 힌덴버그리서치 리포트가 메종솔루션스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자 폭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 급락 전에 리딩방에서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나 국내 인플루언서인 모 작가 등을 사칭한 인물들이 약정된 수익을 내걸면서 주식 매수를 권했다.

폭락 이후엔 오픈채팅방을 삭제한 후 연락 두절 상태가 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직 메종솔루션스를 손절하지 않고 있는 투자자들의 평균 보유 수량은 2153주(약 330만원), 평균 손실률은 88%에 달한다.


메종솔루션스의 내부자(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은 83%, 노던은 67%다.

이렇게 대주주의 비중이 높은 주식은 시세조종을 위해 내부자 협조가 선결 과제다.

주가 급등 시점에 대주주가 지분을 매도해 대량 매물이 나오면 시세조종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리딩방이 노렸던 종목들은 대부분 신규 상장주였는데 식당, 식료품점 등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이라는 점에서 처음 상장 단계에서부터 시세조종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리딩방 운영자와 시세조종 세력들이 국내 거주 한국인이 아니라 중화권 네트워크와 연결된 외국인일 경우다.

이번 사례는 한국 금감원, 미국 SEC 모두 감독 권한이 제한적인 사각지대에 있다.

외국인이라면 경찰 고소를 통한 해결도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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