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인도 빌라 주인도 “세금 더 내겠다”…공시가 올려달라는데, 왜?

공동주택 이의신청 6368건
전세반환보증 가입요건 강화
공시가 올라야 역전세 막아

아파트도 재초환 부담 줄이려
보유세 부담에도 상향 요구

서울시 화곡동 빌라 밀집지역. [매경DB]
올해 공시가격 이의신청 접수 결과 빌라 등 다세대주택 의견 접수 중 97%가 ‘공시가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가는 정부가 정하는 토지, 주택 등의 적정 가격으로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된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공시가를 낮추는 게 집주인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시가격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의 최우선 기준이 되며 전세가 하락을 막기 위해 공시가 상향을 요구하는 빌라 집주인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8일까지 집주인, 이해관계자,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의견청취를 진행한 뒤 결정된 공시가격을 공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의견제출 건수는 지난해(8159건)보다 22% 감소한 63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도입되며 공시가격이 급등하자 2021년 의견 제출 건수는 4만9601건으로 치솟기도 했다.


올해 이의신청 현황을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세대주택이 36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2482건), 연립주택(208건) 순이었다.

다세대주택 의견접수 중엔 96.9%(3563건)가 공시가격 상향을 요구했다.

빌라 주인들이 공시가 상향을 요구하고 나선 건 공시가격으로 인한 ‘역전세’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전세사기 예방 대책을 발표하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으로 그동안 사용되던 감정평가액 대신 공시가격을 최우선 사용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유는 감정평가사들이 고의로 감정평가액 시세를 부풀려 전세 사기에 가담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증가입을 위한 전세가율(시세 대비 전세가 비율)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빌라 시세는 공시가의 140%까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공시가의 126%(공시가×140%×90%)까지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기존 가입 가능했던 공시가의 150%보다 확연히 줄어든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억원인 주택의 경우 기존엔 보증금 1억5000만원까지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하지만, 제도 변경 이후엔 보증금 1억26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제도 변경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적은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 치명타가 됐다.

전세가율이 낮아지며 전셋값을 더 낮춰야 세입자가 보증에 가입하게 된 셈이다.

가뜩이나 전세 사기가 빌라 같은 비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해 반환보증 가입이 안되는 집은 세입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빌라 시장의 역전세는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향의견 접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전세 사기 문제를 고려할 때 반환보증 가입 요건으로 전세가율을 다시 100%까지 높이는 건 정부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빌라 시세를 공시가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어 시세 산정 방식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파트도 전체 의견접수의 57.3%가 공시가격 상향으로 확인됐다.

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상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공시가격으로 산정되는 부담금 부과개시시점 가격을 상향하기 위한 경우나 보상을 앞둔 경우에 상향 요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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