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이후 연기금 순매도 40조원 육박
석달 연속 순매수 행진 중…이달 순매수 1위 삼전
연말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 맞추려면 9조 더 사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말까지 3년 반동안 40조원 가까운 순매도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들었던 연기금이 최근 석달째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팔아온 금액에 비하면 순매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빈 곳간 채우기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4979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지난 2월 2581억원, 지난달 2493억원에 이어 이달까지 석달째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기금이 석달 이상 순매수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1위가 삼성전자(1437억원), 2위 기아(841억원), 3위 아모레퍼시픽(764억원), 4위 셀트리온(762억원), 5위 삼성전기(670억원) 순이다.

연기금은 굴리는 자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특정 종목을 꾸준히 매입하거나 꾸준히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15거래일 기준으로 연기금은 삼성전자셀트리온은 14거래일, 기아아모레퍼시픽은 13거래일, 삼성전기는 12거래일 동안 순매수하는 등 꾸준한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기금은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42개월 가운데 월간 기준으로 단 5개월만 순매수하고 나머지 37개월을 순매도했다.

연간 순매도 규모를 보면 지난 2020년 2조8135억원, 2021년 24조1439억원, 2022년 2조7488억원, 지난해 2조943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7151억원 순매도 이후 2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누적으로 3081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


3년 반 동안 연기금이 국내증시에서 주식을 대량 매도했던 것은 연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으로 국내주식 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운용전략을 짜고 있다.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취지 외에도 장기적으로 연금 고갈시점이 되면 주식을 매도해 현금화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 국내증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장이 펼쳐지자 국민연금은 그달에만 3조원을 순매수하면서 증시 부양에 나섰다.

당시 1400선대까지 폭락했던 코스피가 다음해 3월 32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기준치를 넘어서게 됐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발 매도 물량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속적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주식 투자 비중 한도도 점차 내려가면서 매도세가 3년 이상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리밸런싱이 3년을 넘어가면서 국내주식 투자비중에 여유가 생기고 있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는 15.4%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13.2%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증시의 상승폭이 미국 등 주요 증시에 못 미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국민연금이 9조원 가량의 국내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목표 비중을 반드시 맞출 필요는 없고, 또 비중을 맞출 계획이더라도 이제 2분기 시작이기 때문에 서두를 것은 없지만 연기금 수급 또한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겠다”라며 “2~3분기 중 연기금의 순매수가 확대되는지 여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관찰될 경우 외국인 수급에 더해 대형주 아웃퍼폼을 지속시킬 근거가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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