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매도 주문 상시 스크린···금감원 “불법 공매도 사실상 차단”

공매도 수행 기관이 자체 대차 잔고확인 후 주문
대차수량·공매도 주문량 등 중앙 시스템에서 재검증
금감원 “시스템으로 불법 공매도 상시탐지”
이복현 금감원장 “금투세 폐지 추진 정부 입장 그대로”

공매도 불법 여부 조사 절차
금융감독원이 불법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을 공개했다.

공매도를 실행하는 기관이 자체적으로 대차한 주식의 수량 이내에서 공매도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이들이 내는 모든 매도주문과 각 기관별 주식 대차잔고를 한국거래소가 관리하는 별도의 시스템에 기록하도록 해 상호 대조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상시적으로 이상 주문이 적발되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 공매도가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5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토론을 개최하고 이같은 방안을 처음 공개했다.


먼저 공매도 잔고를 보고하는 모든 기관투자자(공매도 잔고가 10억원 이상인 기관)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공매도를 우선 차단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통해 주식 대차잔고 이내에서 공매도 주문이 이뤄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50주의 대차잔고가 있다고 할 때 100주의 공매도 주문을 내려면 나머지 50주의 대차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진 주문이 불가능하다.

주문을 수탁하는 증권사는 정기적 점검을 통해 시스템의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한정해 공매도 주문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잔고를 보고하는 기관투자자는 현재 외국계 21개사, 국내 78개사로 전체 공매도 거래액의 92%를 차지한다.


이같은 주문 내역은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데, 이 매매체결 내역이 다시 거래소의 불법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 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에 실시간으로 전송돼 무차입 공매도인지 여부는 물론 업틱룰 우회를 위한 위장된 일반매도 주문까지 발각된다.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주문 내역에는 공매도 주문 뿐 아니라 일반 매도 주문까지 포함되고, NSDS에는 타임라인에 따른 주문이 기록이 남게돼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의 적발범위가 넓어지고 적발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공매도 표시를 하고 나오는 주문에 대해 공매도 잔고가 급증하거나 결제일(거래일 +2일)까지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금감원이 투자자로부터 자료를 받아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이 도입되면, 모든 매도주문에 대해 결제직후 무차입 여부가 자동으로 판단된다.

무차입공매도 적발 내용은 금감원 공매도특별조사단이 들여다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기관투자자가 운영할 자체 시스템은 하루 단위로 대차잔고를 독립적으로 산출하게 되는데, 이를 NSDS와 상시적으로 대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기관투자자의 자체 대차잔고관리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아예 무차입공매도가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거래소에 잔고 정보를 제공하게 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구축된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초 올 6~7월 경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공매도가 앞으로도 1년은 더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로선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본질적으로 공매도를 전면금지했던 이유가 해소됐는지를 따져보고 충분한 기술적 법률적 검토를 거친뒤에 재개할 수 있다는 쪽으로 검토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비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그대로”라면서 “금투세를 국회에서 합의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앞서 여러차례 언급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공매도 적발 현황에 대해서는 “내달 중순 이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번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글로벌 IB에서도 “계속 공매도가 막히는 것 보다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빨리 시스템을 마련해 재개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원장 개인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공직을 맡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부동산PF, 고금리, 고물가 등의 불확실한 상황이 이르면 올 3분기에는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후임 원장이 생산적 역할을 할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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