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가격 상승과 유가 불안에 고물가 압박이 심해진 가운데 향후 1년 뒤 국민이 예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이달 소폭 꺾였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무제한 투입해 신선식품 위주로 할인 판매를 지원한 영향이 컸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주춤했지만 향후 물가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최근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 확대에 나서며 재차 중동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올해 하반기 교통비, 도시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중동 분쟁 격화로 유가가 급등하면 연말 물가 상승률이 최대 4.9%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전월(3.2%)에 비해 0.1%포인트 내렸다.

1, 2월 3.0%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3.2%까지 오른 뒤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년 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나타내는 물가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145로 전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국민이 현 상황을 바탕으로 내다본 미래의 물가 상승률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물가에 따라 현재 수입과 소비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 물가에 한발 앞서 움직이는 지표로 통한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정부가 농산물 할인 지원 정책을 펴면서 대형마트에서 체감하는 농산물 가격이 내려간 것이 기대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줬다"면서도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이나 국제유가 추가 상승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는 '국제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동에서 현재 긴장 상태가 유지되며 유가가 배럴당 88.6달러 선에 머물면 연말 물가 상승률이 3.0%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중동 분쟁이 국지전으로 번지면 유가는 97.5달러, 4분기 물가 상승률은 3.4%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이 터지면 유가는 148.5달러로 치솟고 4분기 물가 상승률은 4.9%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최근 가격 강세가 이어진 배추·양배추·포도·김을 비롯한 7개 품목에 낮은 할당관세를 적용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 안정 관련 현안 간담회에서 토마토·당근을 비롯한 25개 품목에 대해 납품 단가를 지원하고, 명태·고등어·오징어처럼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6개 어종에 대해서는 정부 비축 물량을 전량 풀기로 했다.


[김정환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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