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반도체 훈풍이 불어오자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2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이 글로벌 반도체 종목 전반의 주가를 견인했다.

최근 연중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던 미국 국채 수익률이 꺾였고, 달러도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와 ASML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TI의 긍정적 가이던스로 해소되면서 24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가 강하게 반등했다.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2분기 실적 전망을 보고한 TI는 23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측치를 상회하는 39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알렸다.

TI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7.7% 급등했다.

또 전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2.21%)는 물론이고 엔비디아(3.65%), AMD(2.42%)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훈풍'에 힘을 실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073억원, SK하이닉스를 848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15~23일 삼성전자를 1조원 가까이 팔아치우고 SK하이닉스를 7000억원 넘게 매도한 외국인이 다시 반도체 대장주를 사들이기 시작한 모양새다.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각각 4.11%, 5.15%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8일 52주 신고가인 8만6000원을 경신한 뒤 인공지능(AI) 모멘텀 둔화에 7만원대로 떨어졌으나, 이날 하락세를 멈추고 7만8600원까지 반등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큰 폭으로 상승해 17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19일 내줬던 '18만닉스'에 다시 근접했다.

한미반도체는 8.5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92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3거래일 연속 이어가던 매도 행진을 멈췄다.

외국인 매수세에 코스피는 전날보다 2.01% 오른 2675.75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도 182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코스닥은 전날 대비 1.99% 상승했다.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비중은 12일 35.2%까지 오른 뒤 전날까지 연일 줄어들다가 이날 반등하면서 34.71%까지 회복했다.


'셀코리아'의 주요 요인이었던 강달러·고금리 기조가 다소 후퇴하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360원대까지 올라갔고, 전날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은 4.5bp(1bp=0.01%포인트), 10년물은 0.8bp 떨어지기도 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 금리와 달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며 "달러와 금리가 꺾이고 4월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보다 하락하는 등 미국 경기 진정 신호가 나오고 있어 외국인의 바이코리아는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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