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20분간 햄버거 주문하다 결국 못먹고 울었다”…식당 키오스크, 어르신에겐 아직도 넘사벽

인건비 부담에 키오스크 늘린 식당가
장애인 접근성 낮고 노년층도 어려움
“정부가 나서야” 지적에도 수수방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무인주문기 활용의 외식업체 매출 및 고용영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업체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7.8%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가게에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가 그냥 집에 돌아왔다.

화난다고 전화했는데 말하다가 엄마가 울었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


지난 2021년 3월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한 소비자의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다.

팬데믹을 전후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 수는 급증했지만, 3년이 넘도록 가시적인 서비스 개선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무인주문기 활용의 외식업체 매출 및 고용영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업체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7.8%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0.9%에 그쳤으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2020년 3.1% ▲2021년 4.5% ▲2022년 6.1% 순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키오스크 사용 현황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의 비중이 23.6%로 가장 높았다.

그밖에 간이음식 포장 판매전문점(20.2%)과 기관 구내식당(14.7%)에서도 도입이 활발했다.


키오스크는 당초 식당 등 영업장의 주문·결제 과정을 일원화하고, 인건비 부담을 덜어내는 등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도입됐다.

팬데믹 기간에는 대인 간 접촉을 줄여줘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키오스크 도입을 통해 정착한 선결제 방식이 ‘먹튀(음식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뒤 계산하지 않고 가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단 점도 있었고, 규모가 작은 식당 등에서는 자영업자가 태블릿 PC 형태의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혼자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키오스크에 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지침 등이 부재하다 보니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각 브랜드나 매장별로 상이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불편한 사용성 등이 고질병처럼 여겨졌고,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서 불만이 컸다.

또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등이 키오스크 앞에서 난감해하는 상황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키오스크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한 60대 소비자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 뒤에 사람들도 줄 서 있는데 쉽지 않았다”며 “어떤 매장은 또 키오스크에 한국어인지 영어인지 모를 말까지 잔뜩 쓰여 있어서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키오스크에 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지침 등이 부재하다 보니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식당가와 유통업계에서는 구인난·인건비 부담 등 때문에 키오스크 도입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통일화된 UI 규격을 만들어 배포할 경우 독과점 시장이 조성된다”며 “그렇게 되면 키오스크를 도입한 모든 매장이 한두 개 민간 기업에 저작권료·서비스 이용료·구독료 등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키오스크 도입으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정부 주도로 UI 개발, 규제나 시스템 확립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기업이나 식당 사장님들이 각자도생하는 사이 피해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비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결여된 상황에서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 등을 위한 노력은 일부 민간 기업만이 자발적으로 하는 실정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새롭게 사회공헌(CSR) 사업인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해 노년층에게 키오스크 조작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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