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의료계의 반발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지만 의료계에서는 보험사를 회원으로 둔 보험개발원이 이 제도에서 의료 데이터 전송 대행을 맡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데이터 중계를 하면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환자 정보가 보험업권에 수집되고 보험 가입 거절, 보장 축소, 보험금 지급 거부 등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런 의료계 입장에 대해 병원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서 통제를 받게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요청할 경우 병원이 전송 대행 기관(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처방전,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전송하는 서비스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가 간편해질 뿐 아니라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 의료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0월 말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지난 2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선정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계도 가입자 편의성 측면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보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사의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보험개발원이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중계기관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민한 의료 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가게 되면 보험 혜택 축소뿐 아니라 비급여 진료 통제 등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은 "보험업계의 유일한 국가주요통신기반시설로 그동안 단 한 번도 보안 사고가 없었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와 유사한 자동차수리비온라인청구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충분히 전문성을 갖췄다"며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공공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일부 병원이 보험개발원이 구축한 전산시스템을 거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 핀테크 업체를 이용하거나, 저항 차원에서 자료 전송 자체를 보이콧하는 병원이 나올 수도 있다"며 "보이콧을 해도 현행 법에선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 관련 데이터는 개별 병원에 흩어져 있어서 비급여 항목이 몇 개나 되는지 등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며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 데이터가 한 곳에 집적되고 통제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보험개발원은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