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이모들 다 모였네”...‘랜선 아기’ 푸바오 환송식에 6천명 몰려

궂은 날씨에도 에버랜드 찾은 6천명
‘영원한 아기판다’ 푸바오 배웅나서
탑승 차량 지나가자 곳곳서 울음소리
코로나 시기 ‘위로의 아이콘’ 떠올라
국민 10명 중 1명꼴로 ‘판다월드’ 방문

2023년 8월 21일 - 푸바오와 강철원 사육사
3일 오전 10시. 굵은 빗줄기를 뚫고 용인 에버랜드를 찾은 푸바오 팬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들은 한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판다 인형과 풍선 등 기념품을 든 채 푸바오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모였다.

이날은 2020년 7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1354일 만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6000여명의 푸바오 팬들이 작별인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에버랜드를 찾았다.

반도체 수송에 이용되는 특수 무진동차량에 실려 출발한 푸바오는 에버랜드 퍼레이드 동선을 지나 장미원 분수대 앞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020년 7월 20일 - 푸바오의 출생
푸바오와 동거동락해온 강철원·송영관 사육사가 푸바오를 대신해 팬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강 사육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던 푸바오가 제2의 판생(판다 인생)을 위해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날”이라고 푸바오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강 사육사는 전날 갑작스러운 모친상을 당했음에도 푸바오와의 동행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도 푸바오를 잘 보내주길 원하실 것”이라는 가족들의 격려를 듣고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바오가 탑승한 차량이 떠나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버랜드 인터넷 팬카페 ‘주토피아’의 회원이라는 이예지 씨는 “부산이나 김해, 원주 등 전국에서 푸바오를 배웅하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4일 = 푸바오 첫 일반 공개
푸바오는 11시경 에버랜드를 떠나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중국행 전세기에 올랐다.

새 둥지는 중국 쓰찬성에 위치한 워릉 선수핑 기지다.


푸바오는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국내 출생 1호 판다다.

5만명 넘게 참여한 대국민 이벤트로 ‘행복을 주는 보물’(福寶)이라는 뜻의 푸바오라는 이름을 선물받기도 했다.


푸바오가 ‘깜짝 스타’로 떠오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다.

사람들간의 만남이 제한됐을 당시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위로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이다.

2020년 12월 푸바오가 강 사육사 다리에 매달린 모습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1600만회를 기록했고, 이후 강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담은 영상 조회수도 2400만회에 달했다.

에버랜드 SNS에 게재된 푸바오 영상 1100여건의 누적조회수는 5억뷰를 넘어섰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는 지난해 7월 100만명을 넘었으며, 올해 4월에는 132만명까지 늘었다.


푸바오가 대중에 공개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 3일까지 판다월드 방문객 수는 550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은 푸바오를 본 셈이다.

이른바 ‘푸바오 신드롬’이 일면서 푸바오 굿즈는 400여종이 출시돼 330여만개가 팔려나갔다.

특히 가장 인기가 높았던 ‘푸바오 사원증 인형’과 ‘특대형 푸바오 인형’은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푸바오 팝업스토어에는 2주간 2만여명이 방문해 굿즈 11만개 10억원 어치가 판매됐던 바 있다.


강철원·송영관 사육사와 팬들의 배웅을 받으며 푸바오가 탑승한 무진동 특수차량이 에버랜드를 떠나고 있다.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2021년부터 선보인 푸바오 관련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4탄까지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2~4탄은 공개 하루만에 종합 인기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기 판다 푸바오’를 시작으로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까지, 푸바오 관련 서적 5권도 20만부 가량이 팔리며 서점가를 강타했다.


푸바오와 엄마 아빠인 아이바오·러바오의 생일이 몰려있는 지난해 7월에는 팬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용인경전철 전대·에버랜드 역과 서울 삼성역에 생일 축하 광고판이 게재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홍대입구역에 푸바오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팬들이 광고를 게시했고, 지난달부터는 인천공항 지하터널에 광고영상이 송출됐다.


송영관 사육사는 팬들에게 “푸바오도 우리도 함께 성장했고, 더 나은 한발을 내딛는 ‘다음’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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