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하면 주로 동맥과 정맥을 떠올리지만, 잔병치레하지 않고 젊고 건강하게 살려면 '모세혈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잇는 가느다란 혈관을 말하며 전체 혈관에서 95% 이상을 차지한다.
모세혈관은 몸 구석구석까지 그물망처럼 연결돼 위와 장에서 소화 흡수한 영양분을 60조개에 달하는 세포에 운반해준다.
또한 폐로 유입된 산소는 적혈구에 포함된 헤모글로빈을 타고 모세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혈관이 건강해 영양분과 산소를 함유한 혈액이 말초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도달하면, 세포가 활성화되고 재생 능력이 상승해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
이와 달리 모세혈관이 나빠져 세포가 산소와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쉽게 피로해지고 면역력 저하와 함께 외모 노화가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모세혈관은 40대 때부터 노화와 잘못된 식·생활습관에 의해 손상되고 나빠져 60대가 되면 건강했던 20대의 60% 정도로 퇴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 에 달한다.
길이가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한다.
혈관은 동맥(심장에서 나가는 피)과 정맥(심장으로 들어오는 피), 모세혈관으로 크게 구분하는데, 길이는 5대5 비율로 동맥과 정맥이 같다.
동맥은
대동맥, 세동맥으로, 정맥은 대정맥, 세정맥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혈액량은 길이와 달리 동맥 20%, 정맥 80% 비율로 흐른다.
특히
대동맥~세동맥에 전체 혈액량의 15%, 세정맥~대정맥에 64%가 흐른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피)은 대·중·소동맥을 거쳐 세동맥까지 운반되고 모세혈관, 세정맥, 소·중·대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혈류는 바로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을 가리킨다.
혈액은 심장,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며,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모세혈관의 혈류 순환, 즉 산소·영양소와 이산화탄소·노폐물의 물질 교환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가가 건강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모세혈관은 직경이 약 100분의 1㎜ 이하 굵기의 혈관이다.
'모세(毛細)'라는 글자로 넘겨짚어 머리카락만큼 가는 혈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적혈구가 접히듯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아주 가는 혈관이다.
모세혈관 지름은 5~10㎛(마이크로미터·1000분의 5~10㎜), 모세혈관을 지나는 적혈구와 백혈구 지름은 7㎛다.
모세혈관 벽은 동맥이나 정맥과 달리 내피세포(內皮細胞)가 한 개층으로, 그 바깥쪽에는 주피세포(周皮細胞·벽세포)가 군데군데 붙어 있을 뿐이다.
그만큼 투과성이 높고, 혈관 벽의 틈새로부터 주변 세포와의 '물물교환'을 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동맥이나 정맥은 벽이 내막, 중막, 외막 등 3층으로 구성돼 있다.
모세혈관과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네라이 히데유키 박사(의학)가 저술한 '하버드·파리대학 네라이 교수의 특별수업: 모세혈관은 강해야 승리!(毛細血管は 增やすが 勝ち!)'라는 책을 인용해 "동맥과 정맥이 큰 간선도로이고, 모세혈관은 집 앞을 지나는 생활도로와 같다"며 "간선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도 생활도로가 끊어져 집에 물자가 닿지 않게 되면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처럼 모세혈관이 손상되고 나빠지면 온몸에서 다양한 트러블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네라이 박사는 "동맥이나 정맥과 달리 모세혈관이 하나만 막혀도 생사가 걸린 것은 아니다.
그 한 개 모세혈관 끝에 있는 장기가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약간의 손상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이미 모세혈관 악화가 진행되고 있는 질환이어서 이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중증화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꼽을 수 있다.
기저질환으로 모세혈관이 나빠져 있던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코로나 치사율이 높았다.
모세혈관은 크게 △영양소와 산소 운반 △이산화탄소와 노폐물 회수 △호르몬 운반 △면역 물질 운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 등 5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모세혈관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고 노폐물을 회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쓰레기 수거차가 오지 않으면 온 마을에 쓰레기가 넘쳐 나는 것처럼 모세혈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
호르몬 운반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의 경우 모세혈관이 여성호르몬을 적절한 장소에 전달하기 때문에 '생리가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또한 외부 병원균 침입을 막기 위해 면역 물질도 온몸으로 보낸다.
백혈구 동료, 즉 림프구나 호중구는 마을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과 같이 감염이 발생한 곳에 달려가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게 된다.
이와 함께 모세혈관은 체온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날씨가 더우면 피부 표면의 모세혈관이 확장돼 열을 피하고, 추울 때는 수축해 혈류를 줄여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 몸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바로 모세혈관이다.
모세혈관이 나빠지는 신호는 '부정수소(不定愁訴)'로 나타난다.
부정수소는 뚜렷하게 어디가 아프거나 병이 있지도 않으면서 병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초조함, 피로감, 불면증 등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만, 실제로 검사해보면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를 의학적인 용어로 '부정형 신체 증후군'이라고 한다.
모세혈관이 나빠지면 꾸불꾸불한 상태가 된다.
혈관이 삐뚤어지고 뒤틀린다.
건강한 모세혈관은 곧고 긴 머리핀 모양의 U자 형태를 보인다.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처음에 약간 꾸불꾸불한 상태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더 진행되면 모세혈관 혈류가 끊기고 탈락해 개수가 줄어든다.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부정수소가 서서히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피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의 중심에서 보면 모세혈관 말단은 피부이기 때문에 모세혈관이 30~40% 감소하면 피부의 기미, 주름 등 외모 노화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
남성에게는 발기장애(ED)가 발생한다.
해면체에는 많은 모세혈관이 있기 때문에 발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중장년 여성에게서 흔한 손발 냉증도 모세혈관이 나빠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손과 발은 끝부분까지 혈관이 연결돼 있어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혈류가 줄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어 수족냉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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