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신격호 명예회장이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위한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왼쪽 사진). 신 명예회장이 젊은 시절 일본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롯데지주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대기가 연극으로 재구성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신 명예회장 같은 한국 재계 거목을 직접 모티브로 삼은 뮤지컬이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글로벌 기업 롯데를 키워낸 신 명예회장의 삶을 재조명해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꿈과 용기를 전한다는 구상이다.

1일 재계와 문화예술계 등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의 삶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더 리더(The Reader·부제 '책 읽는 경영인')'가 다음달 3~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된다.


뮤지컬은 신 명예회장의 삶을 문학적으로 재해석한 낭독콘서트 형식으로 이뤄진다.

배우 12명과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책을 읽듯 스토리를 전개한다.

공연기획사 와이엠스토리가 뮤지컬 제작을 맡았다.


주인공인 신 명예회장 역할에는 뮤지컬배우 조상웅(41)이 낙점됐다.

조상웅은 일본 극단 '사계'에 입단한 뒤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했다.

영국 뮤지컬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캐스팅한 인재로 알려졌다.

배우 홍광호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201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미스사이공' 투이 역으로 출연하는 등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백석의 '국수',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복지가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더 리더'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뮤지컬은 신 명예회장의 책에 대한 애정과 험난했던 청년기의 도전을 다룬다.

1921년 경상남도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경남 도립 종축장에서 기수보로 일하던 만 20세인 1941년 일본으로 떠난다.


겨우 83엔만을 가진 채 일본 도쿄에 도착한 그는 어린 시절 친구의 하숙방에 얹혀 살며 우유 배달 일을 시작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를 나와 1944년 군수용 커팅오일 제조공장을 차리면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고물상과 전당포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그를 눈여겨본 일본인 노인이 대준 5만엔이 종잣돈이었다.

전후 생필품이 부족했던 1946년, 그는 화학 전공을 살려 비누와 포마드크림 등 화장품을 만드는 공장을 세워 성공을 거뒀다.

이어 1948년 롯데를 세우고 껌을 개발해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에 진출했고, 롯데는 호텔·쇼핑·중화학 등으로 몸집을 불려 국내 재계 5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문학청년이던 신 명예회장이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인물 '샤롯데'에서 차용해 롯데 사명을 직접 지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독서광이던 신 명예회장은 생활비가 부족해 책을 살 형편이 안됐을 때도 서점에서 몇 시간씩 서서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체를 중시했던 신 명예회장은 1983년 롯데장학재단, 1994년 롯데복지재단을 세워 소외계층 구호에도 힘썼다.

이 유지는 롯데장학재단·삼동복지재단에서 이어가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장손녀인 장혜선 씨가 두 재단 이사장에 올라 사회공헌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 측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장 이사장이 신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소외계층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도록 티켓 등 소정의 후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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