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전세계적 불황에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습니다.
이에 백화점 영업시간 전부터 긴 줄을 이루는 '오픈런' 행렬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구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팬데믹 시대 '보복 소비' 열풍으로 호황을 누렸던 해외 명품 기업들이 올해는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명품 시장의 약 33%를 차지하며 '큰 손'으로 불려 온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습니다.

코로나 기간 이례적으로 증가했던 미국 명품 소비가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둔화한 겁니다.

실제로 세계 명품 기업들의 미국 내 상반기 매출은 동시다발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 등을 보유한 글로벌 명품업계 1위인 LVMH의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24%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의 올해 2분기 미국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줄었습니다.

중국 명품 시장 역시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더딘 경제 성장률에 현재까지의 구매율은 저조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한국 명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샤넬은 최근 국내에서 일명 '오픈런'으로 불리는 '사전 접수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이는 실제 매장에 찾아오는 고객 수가 줄어 더 이상 '오픈런'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롤렉스 역시 오픈런을 없애기 위해 최근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밖에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등 다른 명품 브랜드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오픈런 줄이 사실상 없어진 상태입니다.

이에 지난해 5월 23% 넘게 증가했던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올해 5월 1.9%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소비 트렌드가 명품에서 여행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 인터뷰(☎) : 이수진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코로나 시기에) 해외여행이 채워주지 못했던 (소비 욕구를) 명품 수요가 흡수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가 끝났으니까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도가 많이 이전됐다고 봅니다. "

코로나 기간 순항하던 명품 시장이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난 가운데, 당분간 예전의 호황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경제TV 구민정입니다. [ koo.minj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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