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부장 김 모 씨(47)는 요즘 신입사원과 전화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퇴근 후에는 물론, 업무 시간에도 외근 중 전화를 안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전화를 안 받았냐’고 따지면 ‘이동 중이어서 몰랐다’거나 ‘미팅하느라 못 받았다’는 답이 돌아온다.

‘급한 일이면 메시지로 용건을 남기거나 콜백(call-back)을 요구하시라’는 말도 덧붙인다.

김 씨는 “내가 신입사원 시절에는 상사 전화를 놓치면 혼날까 봐 휴대폰을 끼고 살았는데 세월이 많이 변했다.

메시지를 잘못 남겼다가는 캡처해서 공유될 수 있으니 잘못을 나무랄 때도 말을 가려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 직장인 이 모 씨(31) 카카오톡에는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빨간색 ‘1’ 표시가 뜬 창이 늘 10여개 있다.

직장 상사는 물론 친구에게 메시지가 와도 곧장 확인하지 않고 뜸을 들이며 일부러 ‘안읽씹(메시지를 안 읽고 방치)’한다.

메시지를 확인하면 상대방에게 ‘1’이 사라지며 읽음 표시가 뜨니, 곧바로 회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읽음 표시가 안 뜨도록 ‘미리 보기’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확인 후 급한 메시지면 바로 대답하고 아니면 안읽씹한다.

정말 급한 연락이면 전화를 하지 않겠나. 친구나 지인 중에도 나 같은 경우가 많아 카톡 답장이 느려도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 퇴사 후 빙수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박 모 씨(27)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과 전화나 메신저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

대신 협업툴 ‘노션’과 매장 내 장부를 통한 ‘필담’으로 주로 소통한다.

근무 시간에 발생한 특이사항을 노션이나 장부 한편에 메모로 남기는 식이다.

‘사장님 우유 더 주문해야 돼요’ ‘다음 주 시험인데 근무 시간 조정 좀 해주세요’ 같은 업무 관련 얘기 가운데 애교 섞인 낙서나 그림은 필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라고. 박 씨는 “나도 직장 다닐 때 퇴근 후 상사에게 연락을 받는 게 싫었다.

이를 잘 알기에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면 직원에게 전화나 카톡을 하지 않는다.

전화와 달리 게시글이나 필담은 기록이 남으니 언제든 다시 챙겨볼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고 전했다.


MZ세대 직원이 늘며 사내 커뮤니케이션(대화·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대면, 실시간 대화 위주에서 비대면에 이어, 비동기(非同期·Async) 대화도 늘어나는 추세다.

퇴근 후 워라밸과 사생활 보호, 투명한 소통을 중시하는 MZ세대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소통 방식을 지원하는 각종 업무용 협업툴도 쏟아지는 등 비동기 대화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비동기 소통이 뭐길래
▷일부러 시차 두고 대화…‘전화만은 않겠어요’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소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찌감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재택근무가 늘며 메신저나 줌 같은 화상 회의가 일상화됐다.


비대면이 공간적 개념이라면 비동기는 시간적 개념이다.

‘다른 공간’에서 원격으로 대화하는 비대면처럼, 실시간이 아닌, 시차를 두고 ‘다른 때’에 대화하는 것이다.

화자가 남긴 메시지를 나중에 다른 공간에서 열람하니 비대면도 전제로 한 ‘시공간적’ 불일치인 셈이다.


동기 대화 채널의 대표 사례는 전화, 줌, 채팅 등 실시간 소통 도구다.

카카오톡도 메시지를 보내는 족족 ‘1’이 사라진다면 사실상 채팅에 해당한다.


비동기 대화 채널은 훨씬 다양하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온라인 게시판은 물론,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 페이스북 메시지(페메) 등이 해당한다.

최근에는 무인 매장이 늘며 화이트보드나 방명록을 통해 나누는 ‘필담’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서 무인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방명록은 전형적인 아날로그 소통 방식인데 생각보다 고객 반응이 좋더라. 카페에서 틀어달라며 신청곡을 적거나, 신메뉴를 찾거나, 커피 맛이 어떻다는 식의 ‘민원’이 절반, 일기 형식의 사소한 잡담이 절반이다.

민원에는 나도 ‘Re:’ 표시를 달아 댓글을 쓴다.

얼굴을 마주하고 요구하기에는 멋쩍은 속내들도 서로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Z세대의 비동기 소통 증가는 수치로 드러난다.


이동통신 리서치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제29차 이동통신 기획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을 ‘거의 매일’ 이용하는 비율은 20~30대 90% 이상, 40~50대 80% 이상인 반면, 10대는 74%에 그쳤다.

이는 10대의 네이버를 매일 이용하는 비율(7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카톡은 대화 채널로는 더욱 인기가 없다.

친구·지인과 소통 시 주로 이용하는 앱으로 카카오톡을 꼽은 10대 응답자는 54%에 그쳤다.

같은 질문에서 다른 연령대 응답률이 80%를 넘긴 것과 대비된다.

반면 10대의 페이스북 메시지 사용 비율은 31%에 달해, 1~4%에 그쳤던 다른 연령층을 압도했다.


반면 휴대폰의 핵심 기능이었던 ‘통화’는 이제 찬밥 신세가 됐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성인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3.1%가 전화 통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콜 포비아(통화 공포증)’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같은 조사 결과(46.5%) 대비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선호하는 의사 소통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문자·메신저(58.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특히 전화를 선호한다는 답변(11.2%)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대면 의사 소통(29.3%)’보다도 적어 눈길을 끈다.

비대면과 비동기 소통 중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비동기 소통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비동기 소통 증가는 기업 실적도 좌우한다.


트위터의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MAU)는 올 1분기 1억9900만명에서 2분기에는 2억6000만명으로 3개월 만에 3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억9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 2014년 이후 최대폭으로 성장했다.


올 초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클럽하우스’가 반짝 인기에 그쳤던 것도 ‘동기 대화’ 방식을 채택한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대화 내용이 녹음, 저장되지 않고 동시간대 접속자만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이 Z세대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MZ세대 커뮤니케이션(대화·소통) 방식이 기존 대면, 실시간 대화 위주에서 비대면, 비동기(非同期·Async) 대화 위주로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무인 매장에 마련된 화이트보드와 화상 채팅 솔루션 스타트업 ‘으흠(mmhmm)’의 짧은 영상을 통한 소통 화면. <노승욱 기자, 으흠 제공>


▶비동기 소통 선호 이유는
▷디지털에 익숙, 투명 소통 중시, 활동 시간 다양화
젊은 세대가 비동기 대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잡코리아 설문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콜 포비아를 겪는 가장 큰 이유로 ‘전화보다 메신저 앱·문자 등에 익숙해서(58.2%)’라는 응답이 1위다.

이어 ‘나도 모르게 통화로 말실수를 할까 봐(35.3%)’ ‘말을 잘 못해서(30.5%)’ ‘통화 업무, 상사와의 통화로 인한 두려움 등 트라우마가 있어서(22.5%)’가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전화보다 기록이 남는 메시지가 업무적으로 더욱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동기 소통을 하면 직원의 업무 파악 능력이 향상된다.

주로 글을 통해 이뤄지는 데다, 시차를 두고 대화하니 메시지를 한번에 ‘제대로’ 보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해 다듬어진 내용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대화 내용이 기록으로 남으니 ‘투명한 업무 공유’도 장점이다.

팀장 지시나 팀원 보고 사항을 정제된 글로 받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다.

회사원이 받는 주요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가 인간관계다.

상사를 어떻게 대할지, 거래처 직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등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비동기 소통은 대면 소통에서 오는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


‘리모트워크’ 저자 강민정 온콘텐츠 대표의 분석이다.


재택근무, 글로벌화에 따른 ‘개인별 활동 시간 다양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스타트업 으흠(mmhmm) 관계자는 “각국에서 채용한 직원의 활동 시간대(Time Zone)가 8개나 된다.

이들이 동시에 소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혹시나 다른 직원 잠을 깨울 수도 있어 비동기 대화를 주로 한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은 비동기 대화가 대세
▷잔디 ‘근무 상태 표시’·으흠 ‘짧은 영상’ 기능
Z세대 직원이 많고 재택근무가 흔한 스타트업에서는 비동기 대화가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일례로 에듀테크 스타트업 ‘프리윌린’은 직원 수가 70명을 넘으며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 필요해지자 ‘개인별 업무 정리로 게시판 만들기’ 제도를 시행했다.

직원들이 자주 다니는 위치에 게시판을 만들어 개인별 카드를 부착하고 각자 업무 범위와 협업 과정, 업무 흐름 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프리윌린 관계자는 “말로 설명하기보다 글로 쓰고 도식화하니 직원별 직무와 업무 간 연결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다”며 흡족해했다.


협업툴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은 직원들끼리 ‘알림 시간 설정 기능’을 애용한다.


직원마다 업무 몰입이 가장 잘되는 시간을 선택해 출근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실행한 토스랩은 각자 원하는 근무 시간에만 잔디의 알림이 울리도록 했다.

토스랩 관계자는 “재택근무, 회의 중, 출장 중 등 근무 상태를 선택해 바로 대응할 수 없는 상태임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상태 메시지 기능을 통해 근무 시간 또한 표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퇴근 후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업무 관련 생각을 줄이고 휴식에 몰입할 수 있고, 상호 불필요한 연락도 줄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상황이 이렇자 비동기 대화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 ‘슬랙’을 통해 비동기 대화를 지원한다.

‘클립스’ ‘커넥트 DM’ 등이 대표 사례다.


클립스는 짧은 녹화·녹음 자료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기능이다.

짧은 영상인 ‘클립’을 생성해 동료에게 전달하면, 수신자는 추후 여유 시간에 확인한다.

‘실시간 화상 회의를 대체하는 플랫폼’이라는 게 슬랙 측 설명이다.

일일 보고를 위해 팀 화상 회의를 따로 잡는 대신 업무 진행 상황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짧은 비디오를 녹화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커넥트 DM은 거래처 직원 등 외부인과의 소통에 쓰인다.

커넥트 DM을 사용하려면 메시지 수신자와 송신자 모두 슬랙 유료 서비스 사용자여야 한다.

무료 사용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또 조직 내 슬랙 관리자가 DM을 사용하기 전 송신자에게 메시지 발송 권한을 허용해야 한다.

실시간 대화보다는 업무 내용 전달에 치중한다.

브래드 매틱 슬랙 제품 마케팅 부사장은 “이메일 대안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빠르고 쉽게 협력사나 고객 등 상대에게 메모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자사의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 ‘워크플레이스’에 비동기 대화 기능을 탑재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식 라이브러리’와 ‘드래프트포’를 통해 지원한다.


지식 라이브러리는 사원들에게 공지할 주요 정보를 ‘워크플레이스’ 내에서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정보만 따로 모아놓은 게시판이라 이해하면 쉽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드래프트포는 원격 결재 서비스다.

직원이 문서, 게시글, 보고서 등을 임시 저장소에 올리면 임원이 저장소에 접속, 확인 후 승인하는 방식이다.

원격 근무 시 실시간 대면 보고가 힘들다는 점을 보완했다.

우지윌 싱 페이스북 워크플레이스 총괄은 “대면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 화상으로만 업무를 진행하면 일종의 ‘비디오 피로감’이 생긴다.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카메라 앞에 있지 않더라도 서로 연결된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게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외에 ‘트위스트(twist)’ ‘으흠’같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눈길을 끈다.


트위스트는 실시간 소통을 지양하는 플랫폼이다.

개발 동기도 실시간 소통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실시간 채팅창은 업무 외에 쓸데없는 잡담이 많아 불편하다’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트위스트가 제공하는 소통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기존 메신저처럼 실시간으로 소통하거나, ‘스레드(Threads)’에 게시글을 올려놓고 댓글로 팀원과 이야기를 나누거나다.

메시지 창에서는 간단한 이야기를, 스레드에서는 비교적 호흡이 길고 상세한 논의가 필요한 이야기를 구분해서 할 수 있다.

업무 관련 내용을 주제별로 논의할 수 있어 아이디어가 섞일 우려도 적다.


으흠은 영상 녹화를 통한 ‘비동기 대화’를 지원한다.

자료를 게시판에 올려 공유한 뒤, 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발표 영상을 녹화해 첨부할 수 있다.

녹화 후 MP4 형태 비디오 파일로 저장하고 ‘공유’ 버튼을 누르면 으흠 클라우드에 바로 업로드된다.

파일 링크를 복사 + 붙여 넣기해 동료들에게 바로 영상 공유가 가능하다.

으흠 관계자는 “회의 전 녹화된 설명 영상을 미리 보고 오면 회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덕분에 으흠 사내에서는 회의 시간이 10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실시간 미팅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노승욱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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