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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뿐이랴 "김연아도 조선족"?...중국, 무엇을 노리는가
기사입력 2021-04-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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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영상을 올리고 ‘Chinese Cuisine(중국 전통요리)’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을 낳은 중국 유튜버 리쯔치(李子柒)[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11월 불거진 중국발(發) 김치 논란은 아직도 여파가 남은 모습이다.

중국식 채소절임 '파오차이(泡菜)'의 국제표준화기구(ISO)인증 획득 소식을 "한국 언론 폭발:김치 종주국 굴욕"이란 부제로 내보낸 '환구시보'의 보도가 그 시발점이었다.

이를 둘러싼 양국 네티즌들의 설전은 SNS와 유튜브까지 옮겨갔고, 일부 중국 당국자의 부적절한 언행도 논란을 키웠다.

공산당 정치법률위는 김치 논란에 대해 "한국의 문화적 자부심이 부족한 탓"이라고 주장했고,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느닷없이 트위터에 김치 홍보 게시물을 게재했다.


중국에서 김치는 파오차이의 표절품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0년 쓰촨성 당국자가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통해 파오차이를 흉내낸 김치를 홍보한다"거나 "파오차이의 유래는 역사가 짧은 김치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은 바 있다.


중국 옌변 윤동주 시인 생가 입구에 있는 표석과 문구(좌)/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족` 문서는 세종대왕을 비롯해 김연아 선수 등도 조선족 대표 인물로 소개했다(우)
김치에 이어 한복 논란도 일었는데, 사실 중국은 2011년 이미 아리랑, 판소리, 씨름 등을 자국의 국가무형유산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이 해당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이 그 배경일 것이다.

중국어판 위키피디아의 조선족 소개 페이지는 세종대왕, 윤동주 시인과 같은 역사적 위인이나 김연아 등 스포츠 스타의 사진을 별다른 설명 없이 조선족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는 중국 정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집이 가능하지만, 중국판인 만큼 중국 네티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중화문명 원천 찾는다"...'탐원공정'의 노림수
중국은 오랫동안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개발해 그 위대함을 드높인다는 목표로 연구사업을 진행해왔다.

고구려와 발해가 있던 동북 3성 지역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이 대표적 예다.

동북공정뿐 아니라 '서남공정' '서북공정' '북방공정' '단대공정' '탐원공정' 등등 다양한 명칭의 수많은 공정이 차례로 추진돼 왔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두 가지 목적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유구하고 찬란한 중국의 역사를 발굴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 내 소수민족 지역을 중국의 일부로 확고히 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중화문명 탐원공정(탐원공정)은 겉보기엔 명칭 그대로 중국에서 형성·발전했던 문명의 원천을 찾는 고고학 연구 사업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중화문명의 독자성·우월성을 자랑하고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과 내부 통합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정해두었으니 순수한 연구 목적의 사업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장장 15년에 걸친 탐원공정을 통해 신화·전설의 영역까지 포함시켜 중국 역사의 실체를 1만년가량 끌어올린 바 있다.

황하문명보다 앞선 요하문명을 자국사로 윤색하고 4대 문명 중 가장 역사가 짧은 중화를 이집트 문명을 넘어서는 세계 최고(最古) 문명으로 둔갑시켰다.

천리장성을 비롯한 고구려 유적을 만리장성의 일부라며 중국사에 포함시킨 동북공정이 공간을 확대시켰다면, 탐원공정은 공간을 넘어 시간까지 확장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치의 한자식 표기, 어떤 중국 고문서에도 없어
지난 2014년 10년에 걸쳐 복제가 완성된 총36000여 권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사고전서` 세트 모습[사진=인민망(人民網)]


이 같은 맥락에서, 근래 중국에서 김치의 종주권 주장이 나오는 것도 불특정 개인들의 자발적 목소리라기보다, 탐원 공정의 연장선상으로 정부차원에서 계산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계승해야 한다며 2017년부터 '중화우수전통문화 전승발전공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김치가 중국의 파오차이와 무관하다는 사실은 김치를 나타내는 한자 어원을 살펴봐도 쉽게 알수 있다.

한글이 있기 전부터 한국인들은 김치의 한자 표기를 '沈菜(침채)'라고 썼다.

이 표기는 소금에 절인 채소가 저절로 발생한 국물에 잠기게 되는 김치의 특성을 나타낸다.

'한국중어중문학회'가 2012년 발표한 '김치의 어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간행된 38만개 단어가 수록된 한어대사전(漢語大詞典)은 물론, 중국 문명의 결정판이라는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도 이 단어는 검색되지 않는다.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인 바이두 백과사전도 한국의 김치를 표시할 때만 나올 뿐 마찬가지다.


중국 고대 춘추 전국시대 '십삼경' 이후의 어휘를 망라한 각종 데이터베이스에서 '沈'이 들어간 문장을 찾아봐도 비슷한 예는 나오지 않는다.

수천년 중국어 역사에서 절임채소의 가공을 가리키는데 '沈菜'와 똑같기는커녕 비슷한 단어조차 쓰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반면 '조선왕조실록' 등 15세기 이래 한국 고문헌에는 이를 표시한 많은 용례들이 나타난다.

즉, 한글 등장 이전 한자로 표기됐던 '沈菜'는 한국의 김치만을 지칭하는 한자어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당시에도 김치를 독창적인 한국음식으로 보고 있었다는 말도 된다.

침채란 단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침채→딤채→김채→그리고 오늘날의 김치 순으로 서서히 변했다.



고조선부터 삼한까지...中 "한반도 전역이 중국사"
1913년 일본이 간행한 도록에 실린 평양 기자릉 모습. 기자가 조선으로 건너와 기자 조선을 세웠다는 설에 따라 만든 가묘 이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
중국은 한국인들이 국사시간에 최초의 국가라고 배우는 고조선을 중국 천자에 속했던 제후국 중 하나라고 가르친다.

2000년대 이후 중국 학계의 고조선 연구는 대개 단군신화의 역사성 부정과 기자조선의 부각으로 요약돼 왔다.

즉, 중화문명의 전파자인 중국인 기자와 위만이 세운 '중국에 예속된 지방정권'이 고조선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한국 학계의 시각과는 정면배치된다.

한국 학계는 고조선의 단군신화를 중국과는 구별되는 독자적 역사로 보고, 한국 역사의 출발점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일각에서 고조선뿐 아니라 한반도 중남부에 있던 삼한(三韓)에 대해서도 중국의 유민이 망명해 만든 역사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고조선부터 삼한, 즉 한반도 북부에서 중남부에 이르는 지역을 중국사의 일부로 파악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조선과 삼한에 대한 이 같은 행태는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체계화한 동북공정과 같은 맥락의 결과물이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 하면서 시진핑 주석으로 부터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들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은 중국 당국은 해당 발언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사진=유튜브 캡처]

중국은 2010년대 이후 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시각을 담은 서적들을 대거 간행하고 전문 인력도 배출해 같은 내용을 심화 반복해 왔다.

이는 과거 일제식민 사학자들에 의한 단군신화 후대 창작설을 강화하고 단군신화의 내용이 중국신화의 아류일 뿐이라는 논리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회담 후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더라"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 단순 해프닝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런 시각은 비단 시주석 한사람에게 국한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1921년 중국의 국부(國父)라는 쑨원도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거나 속지였는데 외국 때문에 중국이 주권을 상실했다"고 연설한 기록이 있다.

이는 곧 중국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들이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시사한다.



中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건 소수민족들의 독립
분리독립 움직임이 계속 있는 신장,티베트,네이멍구 자치구를 중국은 사회주의 깃발아래 강제로 묶어두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본토와 문화,종교,외모까지 매우 다른 신장에 1천개가 넘는 수용소를 두고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 주민을 가둬 둔것으로 인권단체들은 파악한다 [그래픽=조보라]

중국이 역사와 문화를 곡해하는 배경에는 소수민족 독립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게 자리한다.

중국 전체인구 중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9%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5개 자치구를 포함한 각 소수민족들이 차지하는 지역은 중국 전역의 60%가 넘는다.

만약 이들이 독립하게 된다면 중국 영토는 반토막이 나버리게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갖은 혼란과 분열을 겪게 되고 국력도 크게 줄게 되니 민감해할 만은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치적 목적을 위한 역사 왜곡이나 심각한 인권탄압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당장 1년 남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신장위구르 수용소와 홍콩 시위 폭력 진압 등 인권문제를 이유로 국제사회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화주의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추진하는 각종 공정의 이데올로기적 뿌리에는 중화주의가 존재한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겪었던 치욕을 중국은 지금도 매우 분해한다.

이제 힘이 생겼으니 주변이 모두 자신의 세력권에 속한다는 세계관에서 중화문명의 유구함과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옛 지위와 영광을 되찾겠단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자국 중심으로 파악하는 중화주의로 역사와 문화를 변조하고 여기에 지나친 애국주의 교육이 더해지니 주변국과의 마찰이 빚어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정말 대국이라면 주변국을 존중하고 국제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역사 해석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대국다운 책임 있는 태도 일 것이다.



中공정 대응한 체계적 전략과 연구역량 마련해야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앞에서 시민들이 중국 공안이 티벳 국민과 탈북자들을 탄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사·문화와 관련한 중국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에 굳이 일일히 대응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답을 정해 놓고 거기에 사실을 맞춰 나가는 중국의 공정은 차후 정치적 문제로 이어지고 한국에 큰 피해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끓어올랐다 쉽게 식어버리고 잊고 마는 한국인들의 약점을 중국은 잘 파악하고 있으며 차근차근 그들의 뜻을 관철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공정이 진행될 동안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전북사학회 회장인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그간 한국은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호들갑 떨며 사안별로 초보적 대응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움직임에 맞춘 확실한 전략 설정과 중장기적 연구역량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조 교수는 "그나마 있던 관련된 기초·일반 연구지원마저 현정부 들어 크게 축소되거나 싹 끊긴 상황" 이라며 우려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거짓 주장이 거짓 근거를 등에 업고 반복되다 보면 진실처럼 굳어져 버릴지 모른다.

그땐 이미 늦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학계가 힘을 모아 중국의 역사문화공정에 대한 체계적 연구역량과 대응논리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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