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의 실업은 배고픔이며 무능이었고 모자람의 대명사로 낙인 찍혀왔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에도 여전히 백수는 '현재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언제 경제 활동을 하게 될지 불확실하여 막막한 상태에 처한 사람'인가? 사회의 낙오자인가?
신간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를 쓴 저자 채희태 작가는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외치며 오히려 "백수여 당당하라"고 충동질을 서슴지 않습니다.
나아가 "중세의 질서에서 벗어나 있던 부르주아지가 중세의 몰락을 이끌었듯, 소위 직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백수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주역"이라고까지 주장합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실업자로 낙인찍은 '백수'를 미래사회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시스템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언택트, 비대면, 재택근무, 배달음식이 일상화됐고, 4차 산업시대 대표적인 백수인 유튜버가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에 등극하는 등 전통적인 가치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백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은행 투자가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의료진, 배달 노동자, 요양보호사 등이 없으면 못 살겠구나"
저자는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세계 석학들의 코로나19 진단에 자신의 경험을 더해 백수 현상을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분석해 '백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책을 "사회진단서"로, 저자를 "백수를 입구로 삼아 우리가 살아내야만 하는 괴물과도 같은 현대 사회의 비밀을 소개하는 사회진단가"라고 말합니다.
저자 채희태 작가는 프리랜서 콘텐츠·정책 기획자로 온라인 콘텐츠 기획, 프리랜서 작곡가 등으로 활동하다 결혼 후 공무원이 돼 구청과 교육청을 오갔습니다.
뒤늦게 대학원에 입학, 사회학 석사가 됐으며 지금은 낭만 백수로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작은숲.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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