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난 꼭 현대오일뱅크서 기름을 넣는다'는 운전자에겐 반가운 소식일 듯 한데요.
석달 뒤인 6월이면 전국 302개 주유소가 빨간색의 SK주유소에서 파란색 바탕의 현대오일뱅크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 덕택에 국내 주유소시장에서 '만년 3위'의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수만으로는 곧바로 GS칼텍스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게 되는데요.
정유업계의 심각한 불황 속에서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실적에서도 GS칼텍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이유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현대오일뱅크의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로 국내 주유소 시장에선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SK네트웍스와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은 직영 주유소 매각 계약과 이사회 의결이 최종 성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코람코가 매입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199개를 현대오일뱅크가 10년 간 임대 운영하고, SK네트웍스 임차 주유소 103개는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이로써 오는 6월이면 SK네트웍스의 상징인 빨간색 주유소 간판 302개는 모두 파란색 배경의 현대오일뱅크로 교체됩니다.
이번 매각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수는 모두 2천539개로, SK주유소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 상황.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무려 1조3천억원을 투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우선 후발주자로 그동안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던 수도권 주유소 사업을 강화하고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전기차의 충전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인수한 302개의 주유소 중 수도권 비율은 서울 49개, 인천 20개, 경기 99개 등 모두 168개로 약 60%에 달합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하는 302개 주유소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약 2만 배럴.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액 등에서도 현대오일뱅크가 GS칼텍스를 제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새로 인수한 주유소들이 시내 요지에 자리잡은 장점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 활용도 구상한다는 방침입니다.
▶ 인터뷰(☎) : 설정훈 / 현대오일뱅크 홍보팀
- "인수한 주유소도 당연히 입지를 분석해서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할 수 있으면 확대할 겁니다."
업계에서는 302개의 직영주유소를 팔았지만 SK네트웍스에게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SK네트웍스는 1조원이 넘는 실탄을 손에 쥐어 재무구조 안정화와 핵심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임현우 / SK네트웍스 홍보팀
- "기본적으로는 1조3천억 원이 들어오면 채무 등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써서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특히 회사 이익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성장 중인 SK매직과 SK렌터카 사업에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말해 이번 계약은 SK네트웍스와 현대오일뱅크에겐 모두 '윈윈'으로 풀이됩니다.
이 때문에 GS칼텍스의 조용한 행보가 이상할 정도입니다.
정제마진 하락에 코로타 사태에 따른 수요 급감까지 겹치며 정유업계가 '실적악화'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인 반면 GS칼텍스는 몸 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두 정유사가 받아든 올해 실적 성적표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매일경제TV 이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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